북극에서 멀지 않은 북위 69도의 노르웨이 연안 도시 트롬쇠. 4월에도 눈보라가 휘날리는 이 곳 바다 한가운데 세계 4위 연어양식업체 셀마사(社)의 가두리 양식장에 연어들이 뛰고 있다. 지름 50m, 깊이 30m의 원통형 가두리 8개에서 가두리 하나에 15만마리씩 총 100만~120만마리의 연어를 무게 5~6㎏의 성체가 될 때까지 키워낸다. 지난 8일 이 곳에서 만난 셀마사의 론-외리안 토메센 매니저는 "차가운 바닷물에서 자라면 연어의 성장 속도는 더디지만 더 맛있다"며 전세계 연어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노르웨이의 강점을 이야기했다.
방대한 규모지만 이를 관리하는 직원은 단 3명. 사료를 주고 체중을 재는 일이 모두 감시카메라와 센서에 의해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2.5㎏짜리 어린 연어를 이 곳에 풀 때, 다 자란 연어를 가공공장으로 내보낼 때도 사람 손을 대지 않고 배에 달린 펌프로 물채 옮긴다.
6개월~1년 양식 후 연어가 모두 출하되면 양식장에 다시 어린 연어를 채우지 않고 몇 달간 비운다. 해저오염을 막기 위한 것이다. 토메센 매니저는 "해안선이 2만1,000㎞에 달하는 노르웨이에는 지금보다 6배 더 많은 연어양식장을 만들 수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방침 아래 양식면허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 양식장에 오기 전 연어 치어 양식은 지름 50㎝부터 15m까지 세 종류의 탱크를 거치고 사료 크기도 0.3㎜부터 점점 커지는 등 좀 더 손이 많이 가지만 역시 관리인력은 소수다. 세계 1위 연어양식업체인 마린하베스트가 노르웨이 남부 항구도시 스타방에르에서 운영하는 치어 양식시설은 연간 250만 마리를 생산하는 규모로, 5명이 관리하고 있다. 바다 양식장으로 나가기 직전 2차례 예방접종도 모두 기계화돼 있다. 이렇게 키워진 연어는 산 채 공장으로 옮겨져 가공을 거쳐 출하된다.
11일 스타방에르에 있는 마린하베스트의 가공공장에선 뼈를 발라내는 필레팅 작업이 한창이었다. 피를 빼고 배를 갈라 내장과 뼈를 발라 포장을 마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50분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연어를 죽이는 공정인데 살아있는 연어를 먼저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저온 탱크에 넣어 신진대사를 느리게 한 뒤 칼로 목을 절단하기 전 전기충격을 주어 고통을 없앤다. 마린하베스트의 오스카르 오문센 매니저는 "전기충격 공정은 동물보호법 제정에 따라 2년 전에 새로 도입했다"며 "스트레스를 덜 받은 생선일수록 품질도 좋아 업체로서도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공장에서는 전기 대신 막대로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는 공정도 쓴다.
이 공장에서 가공된 연어는 주 3회 대한항공 화물기를 통해 한국으로 수출된다. 공장에 들어온 연어는 이틀 후면 국내 대형할인점에서 살 수 있다. 노르웨이의 연어 수출은 2009년 6,505톤에서 2012년 8,310톤으로 크게 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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