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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효율" 내세워 광고·물류·SI 등 그룹 업무 사실상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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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효율" 내세워 광고·물류·SI 등 그룹 업무 사실상 독점

입력
2013.04.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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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핵심 항목으로 정ㆍ재계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는 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의 공통된 거래형태. 정확한 명칭은 내부거래다. 하지만 모든 내부거래가 경쟁을 제한하고 인위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나쁜 내부거래'인지, 수직계열화처럼 사업효율을 높이기 위한 '착한 내부거래'도 있는지, 경계는 모호한 게 사실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가장 집중되어 있는 분야는 ▲물류 ▲광고 ▲건설 ▲시스템통합(SI) 등 4개 분야. 물론 부품조달 같은 다른 분야에도 일감 몰아주기는 많다.

광고의 경우 삼성그룹은 제일기획, 현대차그룹은 이노션 등 우리나라 주요 그룹들은 광고계열사를 갖고 있으며 그룹 주요광고는 이들 회사에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예컨대 제일기획은 2011년 국내에서 7,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계열사(특히 삼성전자)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3,000억원에 달한다. 이노션은 설립 6년 만에 국내 매출 3,400억원을 넘으면서 업계 2위로 급부상했는데, 이중 1,700억원어치가 현대ㆍ기아차 광고 물량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광고주가 삼성전자와 현대차인데 일반 광고회사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며 다른 광고사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나쁜 일감몰아주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그룹 관계자는 "광고발주를 위해선 제품전략과 영업비밀, 기술 등이 미리 공유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계열 광고회사 아닌 곳에는 발주하기 어렵다"며 무조건 '나쁜 내부거래'로 몰고 가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물류분야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2001년 2월 비상장법인인 현대글로비스를 설립한 뒤 자동차 국내배송과 해외수출 등 물류 업무를 몰아주기 시작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글로비스가 2,3년 내에 1위 한진해운까지 추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 2011년 글로비스 전체 매출 7조5,478억원 중 내부거래 비중은 86.8%에 달한다.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반대시각도 있다. 안세환 IBK증권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전자제품 제조업의 경우 기초 부품부터 완성품, 물류까지 다양한 단계의 업무를 관장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도요타, 혼다, GM,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도 전문성을 갖춘 물류 자회사를 운영하는 만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가장 예민한 쪽은 전산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SI분야다. 삼성그룹은 삼성SDS, LG그룹은 LG CNS, SK그룹은 SK C&C 등 계열 SI업체를 두고 있으며 상당 매출이 계열사 발주물량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 역시 무조건 나쁜 일감몰아주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계열 SI업체 관계자는 "그룹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삼성전자가 시스템을 LG나 SK그룹 SI업체에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구축능력이 떨어지는 중소SI업체에도 맡길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불가피한 '일감 몰아주기'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 중소SI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이 내부물량을 받아도 결국은 재하청을 통해 중소업체들이 실질업무는 수행하게 된다"며 대기업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같은 공방에도 불구, 내부거래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자산 5조원 이상인 42개 대기업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184조9,000억원이었는데, 전년에 비하면 28%나 늘어난 수치다. 보안이나 영업비밀 등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분야를 제외하더라도, 일감 몰아주기는 습관적으로 관행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한 대그룹 계열 건설사의 전 CEO는 "국내 대기업들은 일감을 남에게 주느니 직접 하는 게 편하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것이 결국 전면적인 일감몰아주기로 이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모든 내부거래를 무조건 일감몰아주기로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곤란하며 부당내부거래와 정당한 내부거래를 잘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정민승기자 msj@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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