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6일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면 모든 적대 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전면 중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최고사령부는 이날 남한 정부에 보내는 '최후통첩장'을 통해 "첨예한 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모두가 태양절(15일 김일성 생일)을 민족 최대의 경사로 경축하고 있다"면서 "남조선만이 백주에 서울 한복판에서 반공 깡패무리를 내몰아 반공화국 집회라는 것을 벌여놓고 우리 최고 존엄의 상징인 초상화를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내 보수단체 회원들은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사진을 붙인 모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북한이 이처럼 적반하장식 공세를 편 것은 당장 대화할 뜻이 없다는 점을 밝히면서 긴장 국면을 상당 기간 이어가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북한의 위협이 구체적이지 않고, 남한 언론과 민간단체를 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막연한 정치 공세에 그치고 있다. 이에 북한이 시간을 두고 대화에 나서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생트집을 잡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보수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재개할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또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최근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한반도에서 실시한 훈련을 비난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여론을 오도하려는 기만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이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5일 '비핵화를 비롯한 북한의 의미 있는 조치를 전제로 대화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반박으로 현재 시점에서는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주한미군의 한 고위 장성은 이날 서울 용산 기지에서 내ㆍ외신 기자들을 만나 "북한 지도부가 최근 2주 동안 강력한 수사적 비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켜 왔는데 이제는 출구,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성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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