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의 배후를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용의 세력의 범위를 좁혀가고 있지만 아직은 어떤 단서나 수사 상황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테러의 배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ㆍ안보 정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민감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테러를 저지른 외부 세력으로는 9ㆍ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가 우선 지목된다. 오사마 빈 라덴 사망 2주기(5월 1일)를 보름 앞두고 있어 알카에다가 수 차례 경고해온 보복 테러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지 않는데다 범행에 사용한 폭약도 알카에다가 주로 사용하는 것과 달라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수사 당국이 학생비자로 입국한 외국인들을 신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동안 파악되지 않은 외부 테러 세력의 소행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규모 자생적 조직이 테러를 자행했을 수도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2010년 5월 파키스탄 이주민이 폭발물을 자동차에 싣고 테러 공격을 기도한 적도 있다. 하지만 자생 조직이 정보기관의 그물망 감시와 미국의 내부보안 조치를 뚫고 테러를 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관계 당국이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도 외부 테러의 가능성을 줄이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황과 수법으로 본다면 정부에 불만을 품은 미국 내 급진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더 크다. 고성능 폭약 대신 파이프 폭약을 사용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발생한 센테니얼 올림픽공원 테러와 동일하다. 당시 2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한 피해 규모도 이번 테러와 비슷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테러가 월요일(15일) 발생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세금신고 마감일인 데다 미국의 독립전쟁을 기리는 ‘애국자의 날’인 이날이 반정부 세력의 활동과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1993년 4월 19일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발생한 다윗파 사건과도 연결된다. 당시 종말론을 믿던 다윗파의 교주 데이비드 코레시도는 신도들을 인질로 FBI와 51일간 대치하다 자신과 어린이 25명 등 모두 86명이 숨지게 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FBI의 공권력 남용에 비난이 쏟아졌고 급기야 티머시 맥베이는 1995년 4월 19일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를 폭파해 168명을 숨지게 했다. 이처럼 미국에 자생하는 반정부 무장집단들이 다윗파 사건과 ‘애국자의 날’ 등을 연결해 보스턴 테러를 감행했을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외부 테러 세력의 소행으로 밝혀지면 대외 강경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오바마 행정부의 대테러 시스템 나아가 외교ㆍ안보 정책이 변할 수 있다. 만약 해당 테러 조직을 응징하겠다고 나서면 엄청난 파장이 올 수 있다. 미국 정계에서 국방ㆍ안보 분야의 예산 삭감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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