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더 이상 기이하지도 불온하지도 않다. 독특한 성적 취향을 인정 받고 사회의 일부로 당당히 자리 잡은 그(혹은 그녀)에게 문제는 이제 일상, 즉 생활이다. 콘 엔터테인먼트의 뮤지컬 '드랙 퀸'은 동성애란 삶의 한 형태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원래 드랙퀸(Drag Queen)이란 유희의 목적으로 과장되게 여성처럼 차리고 여성처럼 행동하는 남성을 뜻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성전환 수술을 받았거나, 수술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 4명이 함께 클럽을 운영하며 일상에 부대끼는 모습을 그린 뮤지컬이다. 트렌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뮤지컬에 도전하는 첫 작품이다. 나머지 3명의 배우는 동성애와는 거리가 멀다.
"하루에 열 두 시간씩, 두 달 동안 연습했다. 무너져 가는 클럽을 상상해 가며 진정으로 연기했다." 드렉퀸쇼 전문 클럽 블랙로즈를 운영중인 여장 남자, 오마담으로 출연하는 하리수의 말이다. 가수로 활동한 덕분일까, 첫 뮤지컬 출연치고는 능숙하다. "가수 때는 가성으로 고음을 냈지만 여기서는 진성으로 부르고 있다"는 그의 말마따나 무대에서 그는 편안하게 자신의 내면을 연기하는 모습이다. "TV 등 매체에서는 언어 표현 수위 등에 제한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주위의 친구들이 겪는 일상을 절절히 표현하는 대본이 우선 좋다."오마담 역의 하리수와 함께 더블캐스팅 된 이상곤은 연출과 각본까지 맡은 재주꾼.
성 문제를 주제로 한 일련의 무대라서 그런지 표현 수위는 상당히 농밀한 편이다. 키스를 비롯한 육체적 접촉은 물론 서로 주고 받는 언어의 차원에서도 대놓고 육두문자 일색이다. 그러나 진짜 볼거리는 이들이 클럽의 무대 위에서 펼치는 노래다. 격렬한 소울이나 끈적한 블루스를 농밀한 몸짓과 함께 열창하는 대목은 나름 당당한 생활인으로서 그들 역시 땀 흘리고 있음을 웅변한다. 이 무대가 '버라이어티 쇼 뮤지컬'을 표방할 수 있는 이유다.
보다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기 위해 배우와 제작진이 이태원의 트랜스젠더바를 수차 관람한 흔적이 무대에 배어 있다. 욕설이 일상화된 분장실 등의 모습, 기둥 서방이나 포비아(동성애자 혐오자) 등 그들을 둘러싼 각종 유형의 인물이 생생한 언어와 행동으로 그려진다. 바로 그 '현장 답사'의 덕분이다. 실제 드랙퀸이나 남자가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오면 30% 할인해준다. 6월 2일까지 SH아트홀.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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