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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오페라무대 '영원한 필리포' … 전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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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오페라무대 '영원한 필리포' … 전설이 온다

입력
2013.04.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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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가수로 세계 정상을 지키며 명성을 날린 베이스 강병운(65)을 드디어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국립오페라단이 25~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리는 베르디디 오페라 '돈 카를로'에 주역인 필리포 2세로 나온다. 1974년 오페라 '라보엠'을 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내내 한국 공연이 없었다. 1995년 서울대 교수로 귀국한 뒤에도 많을 땐 1주일에 두 번씩 외국에 나가 공연을 계속 했지만, 한국 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베이스 가수의 전성기는 40~50대다. 전성기를 한참 지나 이제야 한국 무대에 서게 된 까닭을 그는 "시간이 없었고 공연 환경과 조건이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국에서는 거의 전설이 된 명가수이지만, 국내 공연이 없다 보니 요즘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아버지'라고 해야 고개를 끄덕인다.

'돈 카를로'는 베르디가 남긴 26편의 오페라 중 최고의 걸작이다. 강병운의 데뷔작이자 그를 '영원한 필리포'로 기억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1981년 이탈리아 트레비조 극장에서 '돈 카를로'의 필리포 2세로 데뷔, 당시 이탈리아 음악 전문지 에서 "음악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세계적인 베이스가 나타났다"는 극찬을 받았다. 외국에서 '필립 강'으로 알려진 예명도 필리포를 가리킨다. 지금까지 200번도 넘게 해본 역이다.국립오페라단은 처음부터 필리포 강병운을 염두에 두고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돈 카를로'뿐 아니라 베르디의 모든 오페라에서 세계 정상을 보여준 가수다. 베르디 외에 모차르트ㆍ푸치니ㆍ벨리니ㆍ로시니 등 모든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베이스이지만,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그너 오페라만 올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동양인 최초 주역이라는 사실이다. 바그너 음악의 성지인 이 곳에 1988년 당당히 입성, 독일과 유럽의 유력 매체로부터 "그해 최고의 가수"라는 극찬을 받으며 데뷔했다.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1988~1992년 '라인의 황금'과 '지크프리트'의 파프너, '신들의 황혼'의 하겐 역을 했다. 하겐은 베이스가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힘든 배역이다. 2000~2004년 다시 초청을 받아 '발퀴레'의 훈딩 역을 하면서 그는 바이로이트의 전설로 남았다.

바이로이트 데뷔 무대를 그는 "아찔했다"고 회고한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신과 영웅들의 오페라다. 노래도 노래지만 외모에서 동양인 가수는 밀릴 수밖에 없어, 꼭 그 가수라야 한다고 할 때만 캐스팅을 한다. 1985년 당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감독인 볼프강 바그너가 베를린에서 내가 공연한 바그너 오페라를 보고 초청을 했다. 출연 계약을 하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그가 바이로이트에서 쌓은 명성은 1996년 연광철, 1999년 아틸라 전(전승현), 2004년 사무엘 윤(윤태현)이 차례로 데뷔함으로써 한국 베이스 가수의 바이로이트 계보를 잇고 있다. 연광철은 2002년 '탄호이저'의 헤르만 영주로 처음 주역을 꿰찬 데 이어 2008, 2012년 '파르지팔'의 사실상 주인공인 구르네만츠로 자리를 확실하게 굳혔다. 아틸라 전은 바그너 탄생 200주년이기도 한 올 여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베이스 최고의 배역인 하겐을 맡았다. 사무엘 윤도 2012년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역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필립 강, 강병운이 함께 공연한 음악가들 명단을 전부 쓰자면 지면이 모자란다. 코벤트 가든ㆍ파리 오페라ㆍ비엔나 국립 오페라ㆍ베를린 오페라ㆍ마드리드 오페라 등 유럽의 오페라극장과 뉴욕 카네기홀, 스페인 빌바오 오페라 축제 등 세계 최고의 무대가 그의 것이었다. 다니엘 바렌보임ㆍ주세페 시노폴리ㆍ베르나르트 하이팅크ㆍ볼프강 자발리쉬ㆍ 리카르도 샤이 등 세계적 지휘자, 베를린필ㆍ빈필ㆍ뉴욕필ㆍ런던필ㆍ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등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마리아 칼라스 이후 최고의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꼽히는 게나 디미트로바를 비롯해 미렐라 프레니ㆍ몽세라 카바예ㆍ호세 카레라스ㆍ플라시도 도밍고ㆍ피에로 카푸칠리ㆍ레나토 브루손ㆍ레오 누치 등 불멸의 가수들과 한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에 그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며칠 연습하다가 안 되겠으니 집에 가라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괜찮은지 가라고 안 한다(웃음). '돈 카를로'를 할 마지막 기회이자 데뷔 무대라 여기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젊은 가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게 즐겁다. 최고의 '돈 카를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연습 시작하자마자 연출가가 말하더라. '유럽에서 이 작품을 많이 해봤지만, 이런 캐스팅은 처음 본다. 주역 가수들부터 합창단과 배우들까지 최고'라고."

이번 공연은 무대예술가 최고의 영예인 로렌스 올리비에 상을 세 번이나 받은 엘라이저 모신스키가 연출한다. 주역은 더블 캐스팅이다. 나승서ㆍ공병우ㆍ박현주ㆍ나타샤 페트린스키 등이 한 팀, 임채준 김중일 정승기 남혜원 정수연 등 신진 성악가들이 또 한 팀이다. 관현악은 차세대 지휘자로 각광 받는 피에트로 리초의 지휘로 프라임필이 연주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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