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아울러 각종 기금 2조원도 추가해 총 19조3,000억원을 경기부양에 투입키로 했다. 이번 추경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추경 28조4,000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그만큼 경기부진이 심각하고, 경기회복의 불확실성도 크다는 절박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즉각 이번 추경의 규모와 용도에 대해 큰 이견을 드러내고 있어 자칫 국회의 추경 처리 지연이 우려된다.
여야는 이미 추경 편성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을 이룬 상태다. 2011년 2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0%대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ㆍ투자 등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수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부동산대책 시행과 일자리 창출이 추경의 핵심 목표가 돼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추경의 틀을 총액 가운데 12조원을 세입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한 세입경정예산으로 고정하고, 나머지로 세출을 늘리는 '12조원+∝'로 잡은 게 문제다.
민주당은 정부가 세수 전망을 잘 못해 대규모 세입부족 상황을 자초해놓고 추경으로 손쉽게 해결하려 드는 건 무책임하다고 본다. 아울러 그런 식으로 추경액의 70%를 갖다 쓰면 실제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세입경정예산 12조원을 대폭 줄이고, 세출 추경을 늘려 일자리 창출 등에 돈을 더 쓰자는 것이다. 구체적 쓰임새는 다르지만 새누리당 역시 '12조원+∝' 방식은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세입축소, 세출확대 쪽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추경 심의가 본령에서 벗어나 정치적 공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다. 그러잖아도 재ㆍ보선을 앞둔 여야는 지금 4ㆍ1 부동산대책 시행을 위한 소득세법이나 경제민주화법 등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추경안 처리가 의외로 표류할 위험이 적지 않다. 경기를 살리고 민생을 일구자는데 이견이 없는 만큼, 여야는 원만하고 신속한 추경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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