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모의고사 답안을 시험 당일 유출한 현직 교사와 이를 시험 시간에 문자로 수험생에게 전달한 학원장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현직 교사에게 수능모의고사ㆍ전국연합학력평가 당일 문답지를 넘겨받아 수험생에게 답을 전달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안양 C입시학원장 조모(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조씨에게 모의고사 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안양 A고 이모(43)씨와 B고 윤모(34)씨 등 현직 교사 2명, 조씨 학원의 무등록 강사 3명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교사 이씨는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수능모의고사 당일 교감실 캐비닛에 봉인 상태로 보관된 문답지를 1교시 시험시간에 몰래 빼내 학교 밖에서 기다리던 학원장 조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사 윤씨도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와 답안을 조씨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내신에 반영되는 학교 중간고사 시험 직전 빼낸 문제지와 학생 38명의 개인별 성적자료 등을 이메일로 조씨에게 넘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도 받고 있다.
학원장 조씨는 이렇게 넘겨받은 답안을 시험을 보고 있는 수험생 17명에게 스마트폰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으로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자신을 한국교육과정평가위원이라고 속여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며 학부모에게 접근했지만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모의고사 당일 수험생에게 정답을 전달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조씨가 알려준 모의고사 답안이 사실인 것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조씨 학원에 자녀를 보내 과목당 30만∼100만원, 2∼3과목에 50만∼230만원씩 내고 고액 과외를 시켰다. 조씨는 수능시험 전날에 정답을 알려주겠다고 속여 1억1,2000만원의 고액 과외비를 받아 챙겼지만 수능시험 당일엔 엉터리 정답을 알려줬다.
과외를 받은 수험생 17명은 애초 2~4등급 성적을 유지하다 조씨가 알려준 답안 덕에 모의고사 성적이 1~3등급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실제로 수능시험에선 과목별로 5등급 이하를 받는 등 시험을 망쳐 7명만 합격했다. 조씨는 낙방한 학생들에게 “대학교에 추가 입학시켜 주겠다”, “논술시험 문제를 빼내 알려주겠다”고 속여 학부모 3명에게 2,000여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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