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안당국은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발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미국 내 대도시의 안전 강화 조치를 취했다. 당국의 신속한 움직임과 관련해 AP통신은 "9ㆍ11 테러가 발생한 지 11년 7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인이 아직 테러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사건이 일어난 보스턴은 폭발 현장과 인근 프루덴셜타워, 레녹스 호텔 등에 즉각 대피령을 내렸다. 추가 폭발에 대비,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고 혹시 모를 원격조정 기폭장치의 사용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 서비스도 정지했다. 보스턴의 관문인 로건공항의 항공기 이착륙까지 금지하면서 보스턴은 순식간에 외부와 차단됐다. 연방항공청은 "사건이 일어난 보일스턴 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5.6㎞ 지역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대는 대학 본관과 가까운 지하철역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제보가 접수되자 오후 수업을 취소하고 학교를 폐쇄했다. 날이 저문 뒤 경찰은 외출을 삼가고 폭발물이 숨겨져 있을 수 있는 쓰레기통 근처에는 접근하지 말라고 주민들에게 권고했다.
다른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안전 조치가 도입됐다. 비밀경호국은 폭발 소식을 접하자마자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통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9ㆍ11 테러를 직접 겪은데다 보스턴에서 차로 불과 3시간 거리에 있는 뉴욕은 호텔 등의 건물에 경찰 주요대응팀을 배치했다. 로스앤젤레스는 공항과 프로야구 경기장 등의 특별경계를 시작하고 학교 등의 순찰을 확대했으며 인근 항구의 수화물 검사도 강화했다.
외신들은 사건 발생 직후 대도시들이 곧바로 치안을 강화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본토가 공격 당한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인 마음 속에 테러의 공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인 모두에게 9ㆍ11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간 보스턴글로브는 "참가자들이 지난해 12월 발생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사건 희생자 26명을 기리기 위해 26초간 묵념하면서 그들을 위로하려 했지만 대회가 피범벅이 돼 미국인의 허탈감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정확한 조사가 나온 이후가 더 중요할 수 있다"면서 "9ㆍ11 테러 직후 수년간 선량한 아랍계 시민에게 미국 사회가 표출했던 반감이 이번에는 등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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