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TV를 틀었더니 야구중계를 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공중파에서 웬일로 야구? 싶었는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경기였다. 야구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채널을 그대로 두었다. 내가 아는 선수가 '메이저' 무대에서 잘 던지고 잘 치니 보기 좋았다.
류현진이 승리를 거머쥐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날, 하필 그가 작년까지 소속되어 있던 한화도 기록을 새로 썼다. 13연패. 개막 후 연패 신기록. 함께 있다가 갈라져 한쪽은 영광이요 한쪽은 굴욕이다. 명암이 너무 또렷하여 류현진의 영광은 한결 눈부시고 한화의 굴욕은 더없이 컴컴해 보인다.
하지만 이 빛과 어둠의 드라마에는 때로 기묘한 역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삼미 슈퍼스타즈를 떠올려 보시라. 전설의 만년 꼴찌. 이 전설은 다만 오명이 아니다. 문학과 영화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각별히 사랑한다. 어떤 시에서는 삼미 슈퍼스타즈 구장에 비가 내리고, 어떤 소설에서는 삼미 슈퍼스타즈 팬클럽이 활약한다. 어떤 영화에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가 가장 많은 공을 던진다.
꼴찌에게 그저 박수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다. 꼴찌에게는 꼴찌만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에서 찾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어떤 '마이너'는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움을 그대로 묻어버리지 않기 위해 세상에는 문학과 예술이 존재한다. 아, 물론 이건 나중 문제다. 지금 당장은, 연패의 늪에서 어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한화를 응원하련다. 화이팅.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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