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범람하는 이 시대, 사랑 때문에 목숨 버린 사람들의 진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등단 20년째인 소설가 김별아(43)씨가 새 장편소설 (해냄 발행)을 내고 16일 기자들과 만났다. 은 유일의 왕실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에 이어 작가가 기획한 '조선여성 3부작-사랑으로 죽다'의 두 번째 책. 작가는 '전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 유씨가 지신사 조서로와 통간(通奸)하였으니 이를 국문(鞠問)하기를 청합니다'라는 세종실록의 한 문장에서 힌트를 얻어 여성의 삶과 욕망을 지독하게 억압했던 유교적 윤리와 제도에 맞선 두 연인의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다소 통속적일 법한 소재를 촘촘하고 유려한 언어의 서사로 직조해내는 그의 특기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작가의 눈에 조선판 주홍글씨를 가슴에 단 유씨 부인의 삶은 "고려의 여성들이 새 나라 조선의 유교적 체제 안에 온전히 귀속되어 불평등한 삶을 살 수밖에 없게 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사랑이라는 건 법으로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이 여자라면 억울해서 구천을 떠돌았을 것 같아요. 유씨 부인이 너무 불쌍해서 그 억울함을 소설로 풀어주고 싶었죠."
역사소설에 주력하는 이유를 묻자 김씨는 "역사 자체가 거대한 이야기라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모든 역사는 남성, 강자, 승자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여성, 약자, 패자의 이야기가 포개져야 온전한 역사죠.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나와 늘 감응하는 현재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역사를 통해 교훈을 줄 생각은 전혀 없다"며 "역사는 교훈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라고 말했다. "독자들이 잠깐이라도 그 시대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시대에 이런 사람이 살았고, 이런 고통이 있었구나 하고요."
그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글쓰기를 소명처럼 여긴다. 이번 소설은 그의 첫 역사소설이자 대표작인 과 비교해보면 문장이 짧고 속도감이 넘친다. 가독성을 의식한 글쓰기다. "우스갯소리로 나는 문단에 속한 작가가 아니라 문학에 속한 작가라고 말하곤 하죠. 늘 독자들을 생각하며 글을 써요. 내가 빚진 바가 있다면 그것은 문단이 아니라 문학이고 독자니까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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