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방지를 위해 긴급ㆍ합동ㆍ특별점검을 실시한다고 했지만 다 별 수가 없나 봐요. 이러다 진짜 대형사고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돼요.”
유독ㆍ위험물질 취급사업장이 밀집한 울산에서 최근 누출과 폭발사고가 잇따르자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 사업장이어서 더 그렇다.
16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생한 삼성정밀화학의 염소가스 누출사고는 공장 정기보수를 마치고 재가동에 돌입한 지 불과 2주일 만에 발생했다. 정기보수와 사후 점검이 제대로 안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 자체 조사결과 이날 사고는 액화 염소가스를 저장탱크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최초 펌프가 고장 났으며, 직원들이 급히 가동한 예비 이송펌프도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염소가스를 중화해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중화시설로 가스를 보내려 했는데 이 배관도 막혀 있었다.
이에 따라 3단계 과정의 시설이 모두 이상이 생겨 액화가스가 팽창, 배관 이음매로 유출됐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지난 한 달간 공장 가동을 멈추고 주요 설비를 점검ㆍ교체하는 정기보수를 실시했다.
이 회사는 2년마다 정기 보수작업을 해오는 등 유지관리 부문엔 철저한 편이다. 사고가 난 전해공장도 지난달 보수작업 공정에 포함돼 있었다.
최근 화학물질 유출사고 사업장은 다 유명한 회사들이다. 지난 2월 20일에는 남구 ㈜효성 용연2공장에서 초산이 누출됐으며, 지난해 10월 3일에는 ㈜후성에서 삼불화질소가 누출되면서 화재가 발생, 근로자 1명이 3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크고 작은 폭발ㆍ화재사고도 간단없이 일어났다. 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단지역에서 34건의 폭발ㆍ화재사고가 발생,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으며 총 8억8,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최근 5년간(2012년 11월 기준)은 188건의 사고가 발생, 42명(사망 4명, 부상 38명)의 사상자와 39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울산이 초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전국 최대 ‘위험물질 집합소’라는 점이다.
울산지역 국가공단에는 유독물 취급업체가 무려 400여곳에 이른다.
이들 업체가 한해(2011년 기준) 유통한 유독물은 3,445만여톤으로 전국(1억243만여톤)의 33.6%에 해당한다. 이들이 취급하는 유독물질도 초산, 황산, 염산, 염소, 암모니아 등 138종으로 다양하다.
유류를 비롯한 액체 위험물도 6,185개 시설에 2,116만5,469㎘가 저장돼 있다. 전국 저장량의 35%에 달한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경북 구미 불산누출 사태의 원인물질인 불산 취급사업장도 울산엔 후성, 솔베이케미칼, 고려아연 등 6곳으로 연간 총 사용량이 1만5,110톤에 이른다. 이는 당시 구미사고에서 누출된 불산(8톤)의 1,889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시 소방본부 측은 “매 분기 위험물 관리상황을 점검하고 있지만 그때뿐인 것 같다”며 “외부점검의 한계가 있는 만큼 회사 측이 항상 철저히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최근의 안전불감 분위기를 지적했다.
울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울산유화공단 시설이 이미 상당히 노후화돼 각종 사고의 일상화가 우려된다”며 “대형사고의 잠재적 위험요소를 가진 도시인 만큼 이제 점검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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