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5일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101주년을 맞아 세 가지 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다. 미사일 발사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연설, 군사 퍼레이드가 그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아무런 카드도 꺼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은 당초 북한이 15일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태양절 행사에 맞춰 내부 결속을 다지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의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과 한국, 일본을 겨냥한 스커드ㆍ노동 단거리 미사일을 동시에 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날 북한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미사일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분석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북한이 언제든 미사일을 쏠 수 있도록 준비했지만 구체적 발사 징후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10일 이전에 미사일에 액체연료를 주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상태로 2주 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군 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달 5일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 이후 한달 넘게 지속해온 도발 위협 공세를 일단 멈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장관의 동북아 순방(12~15일)을 계기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한 목소리로 '도발 억제'와 '대화 재개'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독자행동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냉각기를 두고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은 한미 양국 정부가 어떤 제안을 내놓는지를 지켜보면서 개성공단을 포함한 다음 수순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김 주석 생일 100주년 행사를 크게 치렀다. 김 1위원장이 "더 이상 인민의 허리띠를 조이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중 앞에서 육성으로 포부를 밝혔고, KN-08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신무기를 선보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올해는 김 1위원장의 연설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도 없었다. 평양 옥류관에서 당ㆍ정ㆍ군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교적 조용한 축하연이 열렸고, 예술 공연과 청년학생 무도회가 평양 등지에서 개최된 정도였다.
김 주석 101주년 생일이어서 정주년(5년, 10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이 아니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되는 7월27일에 맞춰 대규모 행사를 치를 것"이라며 "몇 달 뒤 큰 행사가 있기 때문에 이날은 조용하게 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1위원장은 이날 0시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지난 1일 최고인민회의 이후 2주일 만에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참배에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현영철 총참모장 등이 참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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