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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新)조선책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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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新)조선책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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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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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1년 경상도 예안 지방의 이만손을 중심으로 경상도 유생 1만여 명이 '만인소'를 올렸다. 한해 전 수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김홍집이 '조선책략'을 소개하며 개방정책을 추진한데 대해서 극렬하게 반발한 것이다. '조선책략'은 중국의 외교관 황준헌이 지은 것으로, 조선이 '친(親)중국- 결(結)일본- 연(聯)미국'의 노선으로 러시아의 남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30년이 지난 오늘 한반도를 둘러싸고 또다시 치열한 수(手)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남ㆍ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까지 뒤엉켜 온갖 수들이 난무한다. 고수들의 포커페이스와 블러핑(포커게임에서 허세를 부려 상대방을 속이는)에 애꿎은 사람들은 전쟁의 공포로 겁에 질려있다. 당장이라도 무슨 큰 난리가 터질 것 같은 분위기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제사회의 극력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 서부까지 강타할 수 있는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유엔안보리 제재 속에서도 올해 2월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3월5일 정전협정무효화를 선언했다. 그날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주 초 개성공단 잠정 조업중단이라는 자해 공갈적 초강수를 뒀다.

북한의 공갈 협박에 우리 정부는 냉탕과 온탕을 오고갔다. 주 초반에는 '북한의 도발- 대화- 보상- 북한의 재도발'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주 후반 미국 켈리 국무장관의 한중일 삼국 순방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대화를 제의했다. 북한은 겉으로는 우리의 대화제의를 진정성이 없다며 비판했지만, 속내를 보면 일단 위기의 순간은 넘어간 듯하다.

20년 전인 1993년 3월 북한은 전격적으로 NPT(핵확산금지조약)탈퇴를 선언했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지 보름이 갓 지난 시점이었다. 미국도 클린턴 정부 출범 직후였다. 소련은 91년 말 해체됐고, 중국은 2차 천안문사태 후유증으로 92년 말 지도부가 대폭 교체된 상태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김정일 당시 군 최고사령관은 '핵 도박'의 첫 수를 둔 것이다.

사회주의 진영이 몰락한 당시 상황에서 북한은 한 마디로 고립무원이었다. 그들 나름대로 생각해낸 생존전략이 바로 핵 도박이다. 1차 걸프전에서 이라크를 초토화시키고 기세등등하던 미국을 상대로 한국을 볼모로 벌였던 핵 도박은 불행하게도 적중했고, 이후 20년 밑도 끝도 없는 북한의 '벼랑 끝 전략'에 우리를 포함한 주변 국가들은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사실 북한의 요구는 간단하다.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해주고 미국 및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다. 그렇게 하자면 당연히 현재의 정전체제를 주한미군이 철수한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론 자신들도 미국 중심의 국제경제체제에 편입되어 본격적인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핵 보유만 빼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핵 보유를 인정해달라는 북한의 속셈에 동의할 주변국가가 없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필연적으로 일본의 재무장과 핵 보유를 촉발하게 되고, 그럴 경우 역사적으로 경쟁관계일 수밖에 없는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과 북태평양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와 타이완도 그냥 앉아있지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상황은 더욱 악화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집요하게 핵무기의 보유를 전제로 게임을 벌이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난 20년 동안 국제질서를 지배해왔던 슈퍼파워 미국의 유일체제가 흔들거리면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즉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생긴 틈새를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벌이는 '제2차 핵 도박'이 성공할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다. 지칠 대로 지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핵 확산을 방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우리는 멀쩡하게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 정말 냉철한 판단과 국가생존을 위한 책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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