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아무런 조건없이 사할린에 한국어 교육과 차세대들의 모국 방문을 후원하고 있는 이가 있다. 임태식(72) 사할린한국어교육협회장은 한국어를 배울 만한 장소도, 가르칠 만한 교사도 턱없이 부족한 사할린에 관심과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사할린 한글 교육 현장은 너무도 열악한 게 현실. 이때문에 그는 "사명감을 갖고 사할린 한국어 교육을 도와줄 개인이나 단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임 회장이 사할린의 한국어 교육 문제에 열정을 품은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그는 사할린에 거주하는 고종사촌을 만나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가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제9동양어문학교를 들렀는데, 이게 사할린과의 질긴 인연의 시작이었다. 사할린 공식 한글학교인 제9동양어문학교를 둘러 본 임 회장은 가슴이 뭉클한 경험을 했다.
"수업 장면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국어 교육이 재개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모든 것이 열악했지만 교사들의 태도만큼은 정말 열성적이었어요. 그 흔한 스티커도 없어 아이들에게 색종이로 별을 오려서 주는 모습을 보고 돌아와서 스티커를 당장 한 보따리 보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우고자 하는 동포들의 모습을 본 그는 '후속 작업'을 이어갔다. 귀국 후 친분이 있는 각 학교의 교장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사할린 동포를 위한 한복 700여벌을 모아 수선해서 보냈다. 2001년부터는 사할린 내 유치원 3곳에 한국어반을 설립해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사할린 현지에선 한국어를 가르치는 상급 학교가 많지 않아서 유치원에서 배우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어학교 설립이 시급하지만 당장은 여력이 없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맥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교사들에게도 아이들이 한국말을 잊지 않게만 도와달라고 하고 있죠."
임 회장은 결국 지난해 비영리단체인 사할린한국어교육협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후원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협회를 함께 이끌어 나갈 사람을 찾는 일도, 후원자를 모으는 일도 쉽지는 않다고 했다.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단체에는 후원이 많이 들어온다는 데 사할린 문제에는 관심있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불행한 역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야 했던 사할린 한인의 후손들이 우리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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