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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전쟁위기'에 다시 보고 배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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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전쟁위기'에 다시 보고 배우는 것

입력
2013.04.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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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 야기된 '전쟁 위기'가 벌써 두 달째를 맞고 있다. 그 반은 무책임하고 허세로 가득한 말-게임이었고 위기의 실체를 짐작하기 어려웠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든 쏟아낸 말 폭탄과 군사행동들은 분명 우리 삶과 미래를 협박하고 부정하는 폭력임에 분명했다. 휴전상태의 분단국 주민으로서 '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를 다시 보고 배웠다.

그 첫째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권력정치의 맨 얼굴이다. 누가 선량하고 평범한 남과 북의 사람들의 적이며 친구인지, 그들의 전략과 전술이 뭔지, 누가 우리의 위기를 즐기며 이익을 취하는지 알게 되었다. 대목을 맞은 것은 제국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군산복합체와 극우세력들이었다.

둘째,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고 있는 남북한 지배체제의 근원적 한계와 약점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무모한 협박과 허장성세는 오히려, 그들의 세습체제가 얼마나 후진적이며 허약한 것인지를 반증하는 증거였다. 그것은 남의 합리적인 보통 사람들에게도 큰 증오심과 적대감을 심어주었다. 이는 이번 위기국면에서 북한정권이 입은 무형의 거대한 손해일 것이다. 오늘날 북한의 존재방식이나 북한정권의 언어·행동방식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반공산주의 선전 도구이다.

남은 어떤가? 우리는 국민 전체의 안위와 목숨을 강대국의 힘에만 기대야 하는 대한민국 주권의 불완전성을 재확인했다. 거기에다 이명박정권과 일부 세력이 짜놓은 대북 정책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것인지를 다시 봤다. 소위 '경제전문가'식으로 말해보자.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보라. 또한 한반도 위기는 그동안 쌓아 올린 '국가 브랜드가치'도 천문학적 액수만큼 까먹었을 것이다. 한국을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같은 약소국이나 불안한 후진국가로 만드는 것은, 남북이 각각 전쟁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상할 능력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세 번째로 본 것은 우리의 집단무의식과 환상의 시각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상연되는 광경이었다. 그중 최악의 것은, 서울 중심지에 핵폭탄이 떨어졌을 때 피해범위가 어디까지라든지, 3일만에 어디를 어떻게 점령하고 파괴한다든지 하는 따위의 '구체적인' 전쟁과 대량학살의 시나리오였다.

전쟁과 절멸의 환상을 일상의 공간에 다량 유포하는 것, 그리하여 추상적인 위기를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전쟁 준비에 다름 아닐 것이다. 미디어는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구성한다. 4월초부터 미국 주류 언론에서 북한에 관한 보도가 급증했다. 어떤 면에서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일 것이다. 북한을 다루는 미국 방송이 '내재적인 관점'을 취할 리 있겠는가? 그 체제는 전폭기를 보내 언제든 박살내도 좋은 괴상망측한 것, 반민주적이며 반문명적인 왕조로 다뤄질 뿐이다. 무려 삼대를 이어온 독재자들, 냉전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군 사열장면, 일인숭배의 광기에 차 환호하거나 울부짖는 군중들이 미국 방송이 즐겨 내보이는 북한의 이미지이다. 미국 미디어 속에서 북한 정권이 반인권적 국제범죄집단으로 스테레오타입화되는 것은 물론 우리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네 번째, 분단정치가 어떻게 어떤 정도로 우리 사회 속에 내재하거나 혹은 '외부화'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 내부의 모순과 문화정치의 상황은, 때로 남북 관계에 의해 과잉 규정되며 상호작용한다. 국가보안법체제가 온존하게 하고 비이성적인 우익이 발호하게 만드는 가장 큰 알리바이는 바로 북한과 그 체제이다. 이번에도 위기에 편승하여 내부의 희생양을 만들고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음험한 시도들이 또 나타났다. 남의 주민 사이에 북한정권에 대한 아무런 공감이 없기 때문에, 아무데나 갖다 붙이는 종북 타령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계속되는 가난과 경제제제, 핵전쟁 위협과 동원령 하에서 살아가는 남북한 민중의 운명과 삶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다. 답은 간명하다. 남북한이 함께 중립적이고 '정상적인' 국가가 되는 길일 테다. 이를 위한 모든 상상력과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단, 전쟁은 제외하고.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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