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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휘젓는 모비스 두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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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휘젓는 모비스 두 여우

입력
2013.04.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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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수였다면 SK 드롭존을 10초에 깬다."

늘 신중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챔피언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한 말이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유 감독은 현역 시절 '천재 가드'로 불렸다.

그러나 경기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한다. 유 감독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국가대표 가드 양동근(32ㆍ181㎝)과 신인 1순위 김시래(24ㆍ178㎝)의 투 가드 시스템이다. SK의 드롭존은 앞 선에 3명, 뒷 선에 2명을 배치하는 3-2 지역방어다. 센터 없이 키 200㎝대의 빅 포워드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상대 공격을 차단한다.

드롭존은 유능한 가드가 있으면 깰 수 있다. 현역 최고의 패스 능력을 갖춘 KGC인삼공사 김태술이 이를 잘 입증했다. 센터가 버티는 골밑에 공을 투입해 기회를 노리거나 수비가 몰릴 때 외곽으로 공을 빼줘 슛이 터지면 드롭존은 무너진다.

모비스는 '두 여우' 양동근과 김시래의 효과적인 경기 운영으로 1, 2차전을 적지에서 쓸어 담았다. 양동근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3점포를 터뜨렸고, 패스 감각이 탁월한 김시래는 적재적소에 볼을 배급했다. SK는 모비스의 투 가드에 대응하기 위해 김선형 외에 주희정과 변기훈을 번갈아 투입했지만 효과를 못 봤다.

양동근은 "단기전은 같은 팀과 계속 맞붙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며 고 말했다. 김시래는 "큰 경기라고 긴장하는 것은 없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모비스는 특히 김시래의 자신감 향상이 큰 힘이 됐다. 정규 리그 중반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시래는 시즌 막판부터 확실히 감을 잡았다. 유 감독이 권유한 '메모하는 습관'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김시래는 "시즌 초반엔 정신 없고, 적응하는데도 힘들었다. 감독님이 (양)동근이 형처럼 메모를 하라고 해서 중반부터 지적 받은 내용을 메모해 방에 붙여 놨다"며 "내용은 수비 자세, 농구를 가볍게 하자, 에러 줄이자 등이다. 그 이후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부담감도 떨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동근-김시래의 투가드 시스템으로 재미를 본 모비스는 가벼운 마음으로 1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리는 3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 팀이 1, 2차전을 모두 이긴 것은 8차례. 이 가운데 7번을 1, 2차전 승리 팀이 우승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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