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11시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1리 산대저수지 제방붕괴 현장. 가랑비가 내리는 이곳에는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의 임시 현장지휘소 주위로 포크레인 2대와 직원 10여명이 무너진 제방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언제 물폭탄이 터졌던가 싶을 만큼 주위는 정돈됐으나 피해가 가장 심했던 저수지 앞 안강공설운동장 인근 마을 일대에는 물에 휩쓸려 내려온 토사가 곳곳에 쌓여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주민 손지익(53)씨는 "안강은 옛날부터 홍수와 하천범람 등 수해가 자주 발생한 곳이지만 저수지가 무너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제방 붕괴는 당국의 과실이 빚은 100%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제방이 붕괴된 산대저수지가 응급복구로 제모습을 되찾고 있으나 땜질처방에 그쳐 주민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는 사고 발생 3일째인 14일 침수피해를 당한 주택과 상가, 도로 등에 대한 응급복구를 거의 마무리했다. 이날 집계된 피해규모를 보면 도로와 농경지 1.2㏊, 주택 5동, 상가 6동이 침수되고 차량 13대는 바퀴 부분만 물에 잠겼다.
산대 1리 안강공설운동장 부설 옛 경주시청하키팀 선수들도 흙탕물이 15㎝까지 차오른 합숙소의 가구와 가재도구를 정리하느라 분주했고, 주민들도 뻘밭이 된 도로와 논밭의 토사를 걷어내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안강평야 일대를 연결하는 소하천의 옹벽이 힘없이 무너졌고, 여러 갈래의 농수로도 세찬 물살을 이기지 못해 골이 평지로 바뀌어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물이 빠진 산대저수지 붕괴 원인 조사를 통해 전면보강 또는 부분보수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저수지가 내년에야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 전태목 팀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밀안전진단 의무대상이 아닌 50만㎡이하 소규모 저수지에 대해서도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항구적 개보수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30만∼250만톤 규모의 8개 대형 저수지와 10만톤 이하 58개 소류지를 안고 사는 안강지역 주민들은 제2의 제방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안강수해연구회 이중길 회장은 "안강에는 지역 전체의 크고 작은 저수지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 직원 2명이 상주하고 있고, 산대저수지는 이미 붕괴 위험이 제기됐지만 그냥 방치했다"며 "후진국형 인재 사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산대저수지 제방붕괴로 인한 영농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근 하곡저수지의 용수를 공급키로 했다. 경찰도 한국농어촌공사의 안전진단자료 등 관계 자료를 확보,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경북도는 13, 14일 이틀간 도내 5,547개 저수지 중 재해 우려가 있는 저수지 229곳에 대해 시군 합동 긴급점검을 실시했다.
산대1리 이장 오상호(60)씨는 "사고 당일 오후 한국농어촌공사 고위 관계자가 '피해 농가에 대해서는 농사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거나 경우에 따라 부지매입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땜질식 복구가 아닌 항구적인 복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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