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의 대(對)북한 강경 대응을 유도하기 위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카드로 꺼냈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중국이 민감해 하는 아시아지역 MD체계를 일부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중국이 우려해온 군사적 조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최근 북한 위협에 맞서 증강한 MD 체계의 철회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미중 간 첨예한 문제인 MD체계의 철회 제안은 중국에 대한 '세일즈 포인트'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북한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지니고도 이를 행사하지 않던 중국을 움직일 카드라는 것이다. 미국이 북핵 포기를 위한 MD 거래를 중국에 제안한 것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풀기 위해 미국이 터키에 배치된 미사일의 철수를 구 소련에 제안한 것과 닮아 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은 러시아와 핵 감축 협상을 이끌어 낼 때도 유럽 MD기지 건설을 취소한 바 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와 같은 위협이 사라지면 미국도 이런 방어 태세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MD체계를 강화하는 것을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고 경계해왔다. 북핵 문제만 해결되면 중국의 이런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는 게 케리의 발언이다.
그는 어느 지역 MD체계를 철회할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MD체계가 강화된 미국령 괌과 일본 등이 철회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서태평양(한반도 인접) 해역에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춘 이지스함 2대를 배치하고 괌에 첨단 MD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를 미국이 아시아 중심(피봇) 정책을 명분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이 미국 국방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케리의 보좌진은 어떤 변화라도 국방부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국방력 강화에 맞서는 수단으로 MD체계 구축을 강력 옹호하는 미국 인사들의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