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핵심과제로 추진 중인 보험민원 감축이 역풍을 맞고 있다. 의도와는 달리 '블랙컨슈머(악성 민원을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나 이익단체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광역시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지역 자동차정비업체 사장들에게 이사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민원을 집중 제기할 것을 종용했다.
조합은 공문에서 "최근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애로사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민원점검의 날을 매달 운영하고 민원감축 전담조직도 신설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비업체에서 보험사와 부딪치는 각종 요금청구 민원 등을 금감원에 제출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해달라"고 권고했다. 금감원이 민원감축을 지시한 것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 보험사들이 심한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익단체의 조직적 움직임은 최수현 금감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과도한 보험민원 감축을 지시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금감원은 각 보험사에 민원발생 원인을 분석해 향후 2년간 분기별 감축 계획 및 구체적 이행방안을 수립해 시행하고 그 실적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또 최고경영자(CEO)에 책임을 묻기로 하는 등 재발 방지책 마련을 주문했다. 고객들의 불만을 줄여 보험업계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의도지만, 오히려 악성 소비자들에겐 민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금감원의 압박에 당장 민원을 줄여야 하는 처지인 보험사들은 블랙컨슈머의 발호를 걱정하며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전화가 쇄도해 골치가 아플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민원 줄이기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건수에만 몰입되면 블랙컨슈머나 이익집단에 의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민원감축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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