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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 “실버컨슈머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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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 “실버컨슈머를 잡아라”

입력
2013.04.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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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김기문(가명ㆍ61)씨는 지난해부터 난청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김씨는 보청기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과 옥션 등을 통해 다양한 제품의 성능과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 봤다. 100만~200만원을 웃도는 고가상품이라 신중을 기하던 김씨는 TV홈쇼핑을 통해 보청기를 최종 구입했다. 김씨는 "5개월 넘게 여러 보청기를 비교해 봤지만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제일 나았다"며 "온라인에 나와 있는 동급사양 제품에 비해 최대 40% 싸고 사후관리 혜택도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실버 세대의 등장으로 TV홈쇼핑의 오랜 공식들이 깨지고 있다. 홈쇼핑은 남편 출근 후 퇴근 전 아침 저녁 황금시간대에 가정주부들이 찾는 채널, 주방용품과 의류 등을 주로 판매하는 방송이라는 인식이 강한 게 사실. 하지만 최근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1955~63년생)'가 대거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보력과 구매력도 있으면서 스마트 소비성향을 보이는 새로운 실버세대가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겨냥해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버리는 시간대'였던 새벽 방송이'완판 시간대'로 탈바꿈 중이고, 고가 제품을 부담 없는 렌탈 방식으로 내놓는가 하면 주력 판매 품목도 새로 구성하는 등 '실버 맞춤형 홈쇼핑 프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는 포낙 보청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1월 보청기업계 최초로 포낙의 제품을 판매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1~3월 이 업체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동일 포낙 보청기 대표는 "대부분 나이 드신 홈쇼핑 구매자들이 타사 보청기의 사양과 성능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어 놀랐다"며 "앞으로도 실버 컨슈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1개의 제품으로 다양한 사양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트라이얼 보청기를 출시하는 등 여러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 상품 대부분이 고가인 점을 감안해 렌털 판매를 도입한 홈쇼핑 채널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신 안마의자의 경우 당초 가격이 100만원대 후반이어서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꼈던 게 사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월 3만~5만원대의 비용을 지불하는 렌털 방식을 도입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특히 현대홈쇼핑, CJ오쇼핑 등에서 렌털 방식으로 판매중인 휴테크 안마의자는 오후 10시~새벽 2시 시간대에 전파를 탔음에도 목표 대비 176%의 매출 신장을 올렸다. 올 초부터 가구업계 최초로 홈쇼핑을 통해 렌털방식 판매를 시작한 장수흙침대의 경우 방송 2회만에 3,200건이 넘는 주문상담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홈쇼핑 채널의 편성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각 채널들은 주부들이 주로 시청하는 '오전 8시~11시, 오후 8시~11시'를 황금시간대로 여기면서 판매 품목을 구성했던 편성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실버세대들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홈쇼핑 채널의 변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33조원이었던 국내 실버산업 규모가 연평균 14.2%씩 성장해 2020년 약 1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베이비 부머들이 실버세대에 진입하면서 홈쇼핑의 판매방식도 더욱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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