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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4번째 대표 뽑는 민주당이 살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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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4번째 대표 뽑는 민주당이 살 길은

입력
2013.04.1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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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왔지만 민주통합당의 5∙4전당대회 분위기는 썰렁하다.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1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바람을 느끼기 어렵다. 이번처럼 열기 없는 야당 당수 선거가 과연 있었을까?

당 바깥뿐 아니라 당내 반응도 시들하다. 12일 대표 후보 예비 경선에서 친노그룹 주자인 신계륜 의원이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지만, 관전자들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그저 구도가 비주류의 김한길 의원과 범주류의 강기정 이용섭 후보 간의 3파전으로 정리됐을 뿐이다.

이번 대표 경선이 당원과 국민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대표 경선 출마자들의 중량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김한길(4선) 의원은 나름 경륜을 갖췄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의원도 아직까지 국민들이 매료될 정도의 리더십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기정(3선) 이용섭(재선) 의원은 그 동안 당내에서조차 뚜렷한 지도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대선 패배 책임 논란 등을 의식해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출마하지 않은 것도 열기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A급 배우를 등장시키지 않은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러나 흥행 실패의 본질은 따로 있다. 대표의 실제 재임 기간이 너무 짧아 국민들과 당원들은 "누가 대표가 되든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 임기는 2년이지만, 전례로 볼 때 새 대표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정부 출범 첫 해인 2003년 10월 말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가 만들어진 뒤부터 현재의 민주통합당까지 당수는 모두 23명(공동대표는 1인으로 분석)이었다. 열린우리당을 이끈 창당준비위원장이나 당 의장은 김원기_정동영_신기남_이부영_임채정_문희상_정세균_유재건_정동영_김근태_정세균 등 11명에 이르렀다. 2007년 8월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된 뒤에는 오충일, 손학규가 잇따라 대표를 맡았다. 이어 2008년 2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해 만든 통합민주당의 공동 대표는 손학규∙박상천이었다.

통합민주당의 명칭이 2008년 7월 민주당으로 바뀐 뒤에는 정세균, 손학규가 잇따라 당권을 잡았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민주통합당의 선장은 원혜영∙이용선(임시대표)_한명숙(대표)_문성근(대표권한대행)_박지원(비대위원장)_이해찬(대표)_문재인(대표권한대행)_문희상(비대위원장) 등으로 이어졌다. 이들의 평균 임기는 5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에서 손을 뗀 뒤에는 춘추전국시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새로 뽑히는 대표는 2003년 가을 이후 24번째 당수가 된다. 새 대표가 임기를 모두 채울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지휘할 수 있다. 그러나 새 대표는 10월 재보선 직후에 물러날 수도 있다.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했을 경우에는 매번 당 대표가 물러났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하기도 전에 몇 개월짜리 대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도부 흔들기' 악습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당 조직을 추스르고 새로운 비전과 노선∙정책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왜 토니 블레어, 빌 클린턴처럼 희망의 바람을 일으키는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하고 탄식만 할 게 아니다. 스마트 리더십이 뿌리내릴 수 있는 여건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 무기력하다. 국민 다수가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위기의 민주당을 다시 살리려면,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표를 뽑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해야 할 기초적인 일은 새 대표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른바 대권주자들이 외곽을 맴돌면서 새 대표를 흔들지 말고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 책임과 역할을 함께 떠안아야 한다. 몇 달 안돼 25번째 선장을 뽑는 촌극은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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