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11개월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금융당국의 잇단 퇴진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가 급물살을 타는 한편, 공공기관장 물갈이 속도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14일 이팔성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1967년 우리은행 신입행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40여 년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에서 회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우리나라 최초로 금융기관 말단행원에서 시작해 그룹회장이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장 취임 이후 3차례에 걸쳐 완전 민영화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금융 민영화가 조기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 회장은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마치겠다"며 업무 수행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따라서 이날 사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제기된 사퇴 압박을 더 이상 견디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전 KDB산은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함께 금융권 'MB맨'이자 '4대천왕'으로 불리던 이 회장은 강 전 회장이 물러난 뒤 강한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최근엔 청와대 고위인사와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이마저 좌절되면서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사퇴를 압박하는 등 거취 논란이 계속 제기됐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우리금융 민영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상반기 중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의 지분매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이번 주 임시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린 뒤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차기 회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정부의 장ㆍ차관급 인사가 마무리되면 금융권 고위관료들의 공공기관장 이동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인사 검증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부처 인사적체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물러나는 고위 공무원 중 상당수가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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