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고·기숙형중학교 설립을 통해 전남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을 통폐합하는 사업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폐교 대상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고 사회단체와 교직단체를 중심으로 사업 자체를 반대하면서 사업추진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14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2014∼2016년 전남지역 통폐합 대상 학교는 21개교로 초등학교 3곳, 중학교 11곳, 고교 7곳 등이다.
통폐합 대상은 67개 학급, 760명이며 내년에 18개 학교가, 2015년에 2개 학교가, 2016년에 1개 학교가 사라진다.
이번 학교 통폐합 사업은 전체 학생 수가 40명에도 미치지 못한 농어촌 면단위 학교를 하나로 묶는 사업이다.
거점고나 기숙형중학교로 만들어 6학급, 학생 120~150명, 교직원 30명 규모의 학교로 운영할 예정이다.
애초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한 공감대 아래 추진된데다 학교당 예산지원이 100억원대에 달해 학생·학부모의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주민들이 폐교를 거부하며 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하고 사회단체들까지 나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보성군 복내중의 경우 조성·율어중 학생을 받아 내년에 개교할 예정이지만 조성지역 주민들이 학교 폐교에 반대하며 도교육청을 방문해 교육감 면담까지 하고 나서 주민의견수렴을 다시 하고 있다.
본교와 분교 등 여수 섬지역 5개 학교를 합친 여수 화양중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개교가 늦춰졌으며, 신안 비금중도 도초지역 주민들이 학교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전남교육희망연대,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교조 등은 아예 기숙형중학교 설립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논리를 앞세워 작은 학교를 포기하겠다는 정책일 뿐이다"며 "폐교된 지역은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가 위축되는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는다"고 우려했다.
거점고 설립을 위한 학교 통폐합 작업도 여기저기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함평지역 고교 3곳과 중학교 4곳을 통폐합해 1개의 거점고와 1~2개의 중학교로 합치는 '적정규모 학교 육성 사업'도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립인 함평여고와 사립인 학다리고, 나산고 등을 통합해 1개의 공립 거점고로 육성하고 함평여중과 함평중, 함평신광중, 학다리중을 1개 또는 2개 중학교로 줄이는 방안이다.
하지만 해당지역인 학교면과 신광면 주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이며 학교이전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처럼 학교 통합이 반대에 부닥치자 도교육청은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주민의견수렴을 다시 하는 등 주민설득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그게 우리 지역은 아니어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며 "사업의 필요성을 최대한 설명하고 주민들을 설득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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