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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응원서 사회 세력화까지 '철벽 유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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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응원서 사회 세력화까지 '철벽 유대감'

입력
2013.04.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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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 전 유고 횃불응원이 시초… 영국선 9부리그까지 관중석 메워반(反)훌리건·반(反)인종주의 운동 전개… 팬 1000만명 이상 확보 구단도이탈리아 마이크·도구 활용 '시위하듯'… 바이킹 후예 덴마크 '뿔 헬멧' 애용나라마다 독특한 개성 내뿜기도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영국의 경우 서포터스 없는 축구팀은 단 한 팀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영국 축구팀들은 오랜 역사와 함께 지역에 깊게 뿌리 내렸다"며 "할아버지가 응원한 팀이 자연스럽게 아들과 손자의 팀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축구팬들이 서포터스 형태로 조직적 응원을 펼친 것은 6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최초 축구 서포터스는 유고슬라비아의 항구도시 스플리트에서 탄생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50년 10월 레드스타 축구단과의 경기에서 횃불을 들고 응원가를 부른 하이두크 스플리트 팀의 응원단 토르치다(횃불)가 유럽 서포터스의 시초다.

축구종가 영국에서는 1960년 리버풀FC의 팬클럽 더 콥이 서포터스 전통의 서막을 열었다. 더 콥은 경기 내내 일어선 채로 리버풀 출신 밴드인 비틀스의 노래를 불렀다. 당시 이들의 조직적 응원이 어찌나 위력적이었던지 "리버풀은 더 콥 때문에 한 골을 먼저 넣고 시작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영국에는 아마추어를 포함해 모두 24부 리그 7,000여 개의 축구 팀이 있다. 그리고 서포터스는 빅클럽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아마추어 리그인 9부리그에서 출범한 AFC윔블던의 경우 2002년 시즌 첫 경기에 4,657명의 팬들이 관중석을 메웠다. 영국에서는 시즌 입장권 구매자(관객의 70%)를 서포터스로 분류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9부리그 팀도 3,000명 이상의 서포터스를 보유한 셈이다. 영국에서 축구 통신원으로 활동한 포항스틸러스 구단의 조정길 홍보팀 대리는 "아마추어 팀에서 뛰는 선수는 지역 주민의 가족이고 이웃"이라며 "최하위 리그의 아주 작은 경기에도 관중석이 꽉 찰 정도로 지역 서포터스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일본에서도 하부리그 팀들은 탄탄한 서포터스 저변을 확보하고 있다. 역사와 연고의 힘이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유럽에서도 가장 많은 평균 관중수를 자랑한다. 김현민 골닷컴 축구전문기자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독일 6부리그에 속한 아마추어 팀이라도 1,000~1만 2,000명 정도의 서포터즈가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입장권 가격이 유럽에서도 가장 저렴한 점 ▲인구가 한 곳에 집중돼 있지 않고 여러 도시로 분산된 점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구단 지분의 49% 이상을 소유하지 못해 서포터스의 주인의식이 높다는 점을 독일 서포터스 문화가 활성화된 이유로 꼽았다.

서포터스가 축구 응원을 넘어 정치ㆍ사회적으로 세력화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 함부르크 빈민 지역을 연고로 8부리그부터 시작한 상파울리(현 2부리그 소속)의 서포터스가 그 예다. 1980년 조직된 상파울리 서포터스는 진보적 가치를 기치로 내 걸고 반 인종주의 반 훌리건 반 파시즘 운동을 시작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시위에 참여하거나 기금을 모아 쿠바 학교에 물탱크를 설치하는 자선 활동도 한다. 서포서스의 활동 덕에 상파울리는 전 세계에서 팬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독일에만 1,100만명의 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서포터스의 응원 방식은 나라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탈리아 서포터들은 마이크와 각종 응원도구를 사용해 마치 시위를 하듯이 조직적 응원을 펼치고, 반대로 영국과 독일 서포터들은 주로 개별적으로 응원하면서 이따금 응원가를 합창한다. 바이킹 후예인 덴마크의 서포터들은 페이스 페인팅이나 뿔 달린 헬멧을 이용하고 네덜란드 서포터들은 관악 밴드를 주로 동원한다. 남미 축구팬들은 종이 꽃가루나 두루마리 휴지, 길게 늘어뜨린 천 등을 자주 사용한다.

지역마다 연고지 팀을 가지고 있는 일본 축구리그 역시 아마추어팀 서포터스 저변이 매우 탄탄하다. 일본 J2리그에서 선수로 뛰었던 김병수 영남대 축구팀 감독은 "일본은 지역 주민들이 법인을 만들어 구단을 창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기가 있으면 서포터들이 자발적으로 길 안내를 하고 포스터를 붙이는 등 홍보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프로축구는 내년에 가칭 J3리그(3부리그)를 만들어 1~3부 리그 승강제를 운용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기존 실업팀 리그였던 JFL리그 팀들이 여기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에 두터운 서포터스가 있기에 가능한 시도"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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