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응원 덕분에 성장하고 돌아갑니다. 서포터스의 열정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지난해 내셔널리그 목포시청 팀에서 임대선수로 뛰다 원소속팀 제주 유나이티드(K리그)로 복귀한 안종훈(24ㆍ포워드) 선수는 목포시청 축구단 서포터스 카페에 저런 글을 남겼다. K리그의 푸짐한 응원에 익숙했던 안 선수에게 이처럼 깊은 인상을 남긴 목포 서포터스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열성적인 서포터스 중 하나로 꼽힌다. 2011년 12월에 만들어진 후발 서포터스지만, 매 홈경기마다 20명 이상의 서포터들이 찾고 원정경기에도 많게는 10명 정도의 응원단을 보낸다.
'열두 번째 선수'라 불리는 서포터스가 선수 한 명의 몫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팀 선수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상대 선수의 기를 꺾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목포 서포터스는 응원가 한 곡이 끝나면 구호를 외치고 이어 응원가를 부르는 식으로 90분 동안 쉴 틈 없이 응원을 한다. 목청껏 소리치다 보면 목이 쉬기도 하는데, 일주일 후에 목소리가 제대로 돌아올 때쯤 다시 축구장을 찾는다고 한다. K리그 서포터스와는 비교조차 힘든 소수지만 팀을 향한 열정만은 최고다.
좀 더 효과적인 응원을 위해서는 때로 편곡자와 작사가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이들은 독특한 구호와 노래를 제작해 영상과 음원 형태로 서포터스 카페에 게재하는데, 응원가는 15곡, 구호의 종류는 12개에 달한다. 가요 '그대 없이는 못 살아'나 군가 '최후의 5분'을 응용한 노래도 있고, 상대팀 선수가 경기장에 드러누워 '침대 축구'를 하면 "야야, 날새야!(날 새겠다)"란 구호를 외친다. 목포 홈경기장은 관중석과 경기장의 거리가 가까운 덴 2~3m에 불과해 이들의 함성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좀 더 많은 관중 앞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경기장 밖에서의 홍보에도 열성이다. 서포터 정대철(34)씨는 평소에도 목포시청 축구단 유니폼을 입고 다니며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한다. "저보고 시청 직원이냐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우리 팀을 알릴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면, 서포터들이 직접 홍보전단을 제작해 목포 시내 곳곳에 붙이기도 한다.
응원 및 홍보 활동을 하는 데 드는 경비는 서포터스들이 십시일반 보태 충당한다. 원정 응원 비용도 원정 서포터들이 갹출한다. 서포터스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금전적 후원을 절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목포 서포터스에서 가장 어린 회원인 주한나(18)양과 이다희(15)양은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는 '중책'을 맡으며 삼촌 서포터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두 사람은 SNS를 통해 선수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선수들의 생일을 일일이 직접 챙긴다. 붙임성 좋은 한나양과 다희양은 지난해 6월 경기 용인시까지 원정응원을 갔다가 선수단 버스를 타고 목포로 돌아왔을 정도로 선수들과 친하다. 선수 개개인의 신상정보와 기록을 줄줄 꿰고 있는 다희양은 내셔널리그의 명예기자로도 활동하며 목포팀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1년말 고교 동창생 몇 명이 모여 시작한 서포터스 활동은 불과 1년 반 만에 10대 소녀부터 중장년 회원을 아우르는 60여명(실제 활동인원)의 조직으로 발전했다. 경찰관, 검찰청 직원, 학생, 자영업자 등 평소에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이 축구 하나로 똘똘 뭉쳤고, 이제는 서로 형 동생 하는 사이로 가까워졌다. 선수들은 처음엔 서포터스의 관심을 어색해 했지만, 이제는 카페에 직접 글을 남기거나 경기 중에 서포터스석을 향해 아는 척을 해 준다.
서포터스의 성장에 발맞춰 목포시청 축구단의 경기력도 향상되고 있다. 2010년 14위, 2011년 13위를 기록하며 "다른 팀 승점 자판기"라는 비아냥을 듣던 팀은 스포터스의 응원에 화답하듯 지난해 8위에 올랐고 지금은 10개 팀 중 당당한 넘버 3! 목포축구센터 직원이면서 서포터 활동을 하는 유대현(35)씨는 "우리가 응원을 열심히 할수록 선수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 줘서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 사람들은 내셔널리그와 목포시청팀의 존재를 모른다. 내셔널리그 경기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경기장을 찾아오지 않는다. 서포터들이 친구나 주변 사람들을 경기장에 데려오려고 설득하다 보면 "그런 걸 뭐 하러 보나, K리그도 아니고 국가대표팀도 아닌데"라는 대답이 돌아온단다. 목포 서포터스들은 그런 현실이 안타깝다. "경기력은 K리그보다 떨어지겠지만, 직접 보면 TV중계로 보는 프리미어리그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목포에도 우리가 응원할 수 있는 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에요."유대현씨의 말이다.
서포터 임민영(31)씨는 "토요일(내셔널리그 경기일)만 기다리면서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셔널리그 경기일지라도 재미를 보장해 줄 거라고 확신했다. "일단 한 번 경기장에 나와 보기만 하세요. 기분이 탁 트이고 분명히 다시 오고 싶을 겁니다. 백 퍼센트!"
목포=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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