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석ㆍ조용호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12일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야당이 두 후보자 검증 부실에 대한 청와대 사과 등을 요구하며 보고서 채택을 거부해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10일 열린 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삼성과의 유착 의혹이, 11일 실시된 조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부동산투기와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이 논란이 됐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 인사 검증 내규 제출과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 경과 소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다"고 주장한 뒤 청와대의 입장 표명, 부실 검증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16일 전체회의가 잡혀 있는 만큼 인사청문회법이 규정한 사흘 기한이 지나더라도 청와대의 태도에 따라 보고서 채택 여부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에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로부터 사흘 안에 국회의장에게 청문보고서를 제출토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사실상 불발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청와대의 부실 검증 주장은 사실이 아닌데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이를 빌미로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전례가 없다"며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는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자는 대통령 지명 몫이어서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보고서 채택 없이도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이에 따라 두 후보자의 취임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 당분간 헌법재판소의 일부 공백 사태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이날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전문성, 업무 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정치 공세적인 성격의 것들로 공석 사태가 발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헌재소장은 "헌재 내 재판관과 소장의 공백은 국가의 긴급 사태 못지 않은 '헌법 장애 상태'로 헌법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국회나 정치권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빨리 공석 사태를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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