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12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양국 간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을 조만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협정과 관련해 유익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가까운 시일 내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세부 기술적 사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도 "윤 장관과 나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잘 알고 있고, 협정이 희망적으로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초) 워싱턴에 올 때까지 여러 옵션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2일 워싱턴 회동에서 두 장관이 협상 시기 등에 대해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인 것에 비해 다소 진전된 언급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동맹국이 '핵 담판'의 최종 해법을 도출하기까진 순탄치 않은 협상 과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과 미국이 각각 '평화적 핵 이용 권리'와 '핵 비확산 원칙'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접 미국 측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이날 케리 장관을 만나서도 "선진ㆍ호혜적 협정 개정을 이루기 위해 창의적으로 접근해 가자"고 당부했다. 이에 케리 장관은 "양국 간 신뢰 관계를 기초로 바람직한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요구는 1974년 체결돼 내년 3월 만료되는 협정을 개정해 한국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윤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계 5위 원전국으로서 매년 쌓이는 핵연료를 어떻게 잘 처리하고 안정적 핵연료를 확보할 것인지, 원전 수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이 주요 협상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핵 비확산 정책과 골드 스탠더드(농축과 재처리를 모두 금지시키는 원칙)를 내세워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파이로 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 건식 재처리 기술)에 대해서도 기술 검증 미비를 내세워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협상 시한을 놓고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른 시일 내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내달 7일쯤) 이전 적절한 형태로 타결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며 '미래 지향적' 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핵 위협은 우리 정부에겐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한국이 핵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상당히 존경심과 믿음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과 이란 문제 등이 있어서 상당히 민감한 시점"이라고 말해 협상 과정에서 핵 확산 우려를 강조할 것임을 시사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