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하면 절레절레 고개부터 흔드는 이도 꽤 된다. 난해한데다 '나와 상관없다'는 선입견 영향도 있으며,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해석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탓일 게다. 그래서 미술관 문턱에도 안 가본 사람도 상당수된다. 현대미술작품을 대거 보유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킴벌리 카나타니 부관장은 12일 "이런 부류를 대상으로 한 미술관의 미술교육의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새로운 미술관 경영전략과 미술관교육'세미나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카나타니 부관장은 "미래 관객인 청소년, 미취학 아동은 물론 문외한인 성인과 전문지식을 가진 학자들까지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미술관이 제공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광범위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한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엔젤레스 현대미술관 교육부 부디렉터(1988~94)와 디렉터(94~2001)로 근무하다 2001년부터 구겐하임미술관으로 옮긴 미술관 교육 전문가다.
구겐하임미술관은 우수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전문인력 40~45명을 보유하고 평생교육 등을 지향한다. 특히 예술가와의 협업을 미술관 교육의 핵심적 가치로 꼽고 있다. 현대미술을 다루기 때문에 아티스트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투어를 하더라도 강연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에겐 정답이 없는 개방형 질문과 롤 플레이, 예술작품을 보고 느낀 점을 마음껏 글로 써보게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이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또 평가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매주 한 차례 예술가가 학교로 찾아가 창작활동, 작품감상, 미술관 견학 등으로 구성된 교육을 40년간 진행해 왔지만,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그래서 연방교육부로부터 60만 달러를 지원받아 2003년부터 3년간 전문평가자가 교육 현장에 참석해 분석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예술작품을 보며 토론하고 창작하는 동안 읽기 쓰기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이 향상됐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작품을 만들다 포기하는 경우도 줄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끈기를 배웠죠. 여기에서 예술 교육이 왜 중요한지 답을 찾게 됐습니다. 예술을 통해 사람의 자질을 여러 방향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겁니다."
그는 "미국 기업엔 맡은 일을 해내는 임무수행자는 많지만 의사소통과 협업 등으로 서로를 보완해주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며 "바로 미술교육을 통해 21세기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인 커뮤니케이션, 협업, 문제해결력 등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들의 행태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다음 달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세대별 기술활용도와 작품 및 기술의 연계성, 고정관념 여부 등이 파악되지 않겠어요?"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