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 초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을 하던 중 실력이 뛰어난 학생에게서 "부모님이 내가 아기일 때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왔지만 불법체류자여서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은 저커버그가 이민법 개혁을 위한 정치단체를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저커버그는 12일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이민과 지식경제'라는 기고문에서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미국 미래의 일부가 돼야 한다"며 이민법 개혁을 추진하는 정보기술(IT) 경영진 모임 '포워드어스(FWD.us)'를 창설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모임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IT 리더들이 대거 참여했다.
저커버그는 "나의 조상은 엘리스섬을 통해 미국으로 왔고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는 각각 우체부와 경찰이었다"며 "부모님은 의사고 나는 기업가가 됐다"고 가족사를 언급했다. 뉴욕 인근의 엘리스섬은 연방이민국이 있었던 섬으로 1892~1954년 이민자 1,200만명의 애환이 서려있다. 미국 국민 약 40%의 뿌리 같은 장소다.
저커버그는 "호의적인 이민정책과 좋은 교육제도, 세계적인 과학적 토양이 없었으면 우리 가족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의 이민법은 지금 학생들이 같은 혜택을 누리는 것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학과 과학을 전공한 대학원생 중 40%가 시민권을 얻지 못해 쫓겨난다"며 "왜 그들을 끌어안아 기업가가 되게 하고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조하도록 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저커버그는 이민법 개정을 위해 공화당, 민주당 가리지 않고 협의하고 온ㆍ오프라인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불법체류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개혁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포워드어스에는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 야후의 CEO 마리사 마이어, 드롭박스 CEO 드류 휴스턴,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전 그루폰 CEO 앤드루 메이슨, 유명 벤처투자가 론 콘웨이,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폴 그레이엄, 유명 IT업계 분석가 메리 미커, 페이팔 창업자인 맥스 래브친 등이 기부자로 참여했다. 저커버그는 "실리콘밸리의 넓고 깊은 기업가적 문화를 상징하는 IT 산업의 리더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포워드어스에 2,000만달러(226억원), 주요 참여자들은 200만∼500만달러를 기부했다.
2011년 사망한 스티브 잡스의 아내 로린 잡스는 12일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 내 젊은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합법적 구제가 실패한다면 인적 자원의 낭비가 될 것"이라며 이민법 개혁 요구에 합세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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