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용현)는 12일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 등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혐의(뇌물수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불구속 기소된 전모(31) 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돈이나 물건이 아닌 성행위도 뇌물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로, 현직 검사가 이같은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재판부는 '성행위 제공을 뇌물로 볼 수 있느냐'는 쟁점에 대해 "뇌물로 볼 수 있다"고 명확하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은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체의 유무형 이익을 포함한다"며 "경제적 가치가 있거나 금전적 이익으로 환산 가능한 것만 뇌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성행위 제공도 뇌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 검사에게 제공된 성행위가 뇌물로 인정되자 나머지 쟁점들도 빠르게 정리됐다. 재판부는 "주임검사와 여성 피의자라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볼 때 고도의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며 전씨가 검사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성 피의자가 전 검사에게 사건의 처리 방향이나 처벌 정도 등을 문의했고, 전 검사 역시 여러가지 조언을 해준 점 등을 감안하면 성행위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대가관계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로서의 지위와 책무에 비춰볼 때 상상조차 어려운 중대 범죄"라며 "이 사건으로 자신의 책무에 매진하고 있는 대다수의 검사들과 검찰조직 전체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국민들의 검사 직무에 대한 신뢰성이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훼손된 점을 고려하면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정에서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전 검사는 선고 직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말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없습니다"라고만 답한 뒤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전 검사는 현재 법무부에 의해 해임이 청구된 상태지만,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검사 신분이 유지된다.
지방 지청 소속으로 실무수습을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됐던 전 검사는 지난해 11월10일 여성 피의자를 검사실로 불러 조사하던 중 유사성행위를 하고, 이틀 뒤 다시 불러내 자신의 차에 태워 유사성행위를 한 뒤 모텔로 데려가 두 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기소됐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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