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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반구대 '고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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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반구대 '고래'의 운명

입력
2013.04.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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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상류에는 오늘도 고래가 춤을 추고 있다.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들이 온갖 동물과 물고기들과 함께 고래잡이와 사냥모습을 병풍처럼 펼쳐진 매끈한 바위 벽에 그려 놓았다. 1995년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이다. 그 고래와 동물들, 조상들이 함께 어울린 제의와 축제의 진귀한 자료가 점점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1971년 발견 당시와 달리 이미 그림 가운데 몰려 있던 고래 떼 등 24%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가로8m, 세로 2m로 바위 맨 아래에서 상단까지 높이가 3.7m인 암각화는 수위가 높아지는 여름부터 겨울까지 8개월을 물에 잠겼다 봄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1965년 건설한 사연댐 때문이다. 암각화가 더 이상 물결에 씻기고, 수중생물에 시달리고, 얼어서 깨지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댐을 없애면 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 당장 울산시민의 식수가 사라진다. 암각화 보존대책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다.

■ 울산시장도 “보존하자는 마음은 매한가지”라고 했다. 문제는 방법이다. 문화재청은 댐에 수문을 만들어 수위를 낮추자는 것이다. 2009년 국무총리실 조정회의의 결정이기도 하다. 반면 식수부족을 걱정하는 울산시는 암각화 주변에 생태제방을 쌓자고 주장한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경북 청도 운문댐에서의 식수공급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끝없는 평행선이다. 누가 맞고, 틀리냐의 문제는 아니다. 문화재 보존이냐, 식수원 확보냐의 선택 문제도 아니다.

■ 둘 다 절실하다.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와 지자체, 과거와 현재의‘윈-윈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암각화를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더 더욱 암각화를 제방에 가두지 않고 물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동시에 울산시민들의 불안도 없애주어야 한다. 문화재 보존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반구대 지킴이가 문화재청장으로 왔고, 대통령도 “반구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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