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전까지 간다. 하지만 4승은 나의 것!'
코트의 마지막 승부를 앞둔 SK와 모비스의 각오는 결연했다.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오전 SK와 모비스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미디어데이를 가졌다. 2012~13 시즌 정규리그 1, 2위가 마주한 자리는 경기를 치르기 전임에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SK는 문경은 감독과 김선형, 최부경이 참석했고 모비스에서는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 함지훈이 얼굴을 비췄다.
양 팀 감독의 출사표는 마치 챔프전의 미리보기와 같았다. 몸을 부딪히며 싸우지 않았지만 상대를 향해 날 선 입담이 만만치 않았다.
단순한 팀 대 팀 승부를 넘어 얄궂은 대결을 하게 된 두 감독이 주연이었다. 두 사람은 연세대 선후배로, 더욱이 스승과 제자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유 감독은 문 감독의 대학 때 코치로, 전자랜드 사령탑 시절에는 선수로 만났다.
'스승' 유 감독은 프로농구 최초로 400승을 돌파한 명장이다. 그는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자존심이 상하는 입장이라 부담스럽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문 감독은 "무한도전하는 각오다. 내가 배워왔던 스승님께 제자로서 한 번 엉겨보겠다"며 화끈한 대결을 예고했다.
두 감독은 7차전까지 팽팽한 승부를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패의 확률은 차이가 났다. 유 감독은 4승1패를, 문 감독은 4승2패의 승리를 기대했다. 서로 달리 예상한 패배의 숫자는 상대에게 날리는 펀치의 강도인 셈이었다.
특히 유 감독은 일부러 자극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SK가 정규시즌 활용한 3-2 드롭존에 대해 "내가 선수라면 10초 내에 깰 수 있다. 4강 플레이오프서 KGC 김태술이 보여줬다. 농구 이론만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깬다"고 평가절하했다.
문 감독의 심기가 편할 수 없었다. 문 감독은 수긍하는 듯 "발이 느린 큰 선수를 위해 선택한 전술이다"며 "24초 동안 완벽히 막기 보다 어렵게 슛을 주고 속공을 쉽게 하려는 전술이다"고 지지 않았다.
선수들의 심리전도 감독 못지 않았다.
맏형 양동근(모비스)은 "연장자로 경험이 많고 슛 성공률이 장점이라 이길 수 밖에 없다"고 기선제압을 했다. SK 김선형은 "정규리그 우승의 걸작에 이어 통합우승을 이루고 싶다. 농구에서 중요한 순간을 구할 영웅이 필요한데 내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맞받아쳤다.
챔프전은 13~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1~2차전을 치른 뒤, 울산에서 16일부터 3~5차전을 가진다. 이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다시 서울로 올라와 6~7차전에서 끝장승부를 본다.
이현아기자 lalal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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