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초 이세돌이 한 인터뷰에서 국내 바둑계에서 자신의 뒤를 이을 만한 기사로 뜻밖에 김지석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이세돌은 "김지석이 지금은 너무 힘을 앞세워 상대를 마구 윽박질러 이기려 하지만 좀 더 경험을 쌓고 나이를 먹으면 바둑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며 "세기를 가다듬고 어깨에 힘을 빼면 곧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사"라고 평했다. 그 동안 기회만 있으면 "후배들의 바둑이 강하지만 개성이 없다"며 질타하던 이세돌의 입에서 나온 이례적인 극찬이기에 바둑계의 화제가 됐다.
과연 1인자의 예언이 맞아 떨어질까. 공교롭게도 자신의 예언이 마치 부메랑처럼 이세돌 앞에 돌아 왔다.
이세돌과 김지석의 첫 타이틀매치가 성사됐다. 이세돌과 김지석은 제18기 GS칼텍스배 준결승전에서 각각 박영훈과 조한승을 제치고 결승에 올랐다. 전기 우승자인 이세돌은 이 대회서 네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고, 김지석은 첫 정상 도전이다.
객관적인 전적은 김지석이 크게 뒤진다. 두 선수는 그동안 공식 대국에서 16번 만나 이세돌이 12번 이겼다. 김지석은 어린 시절부터 소문난 바둑신동으로 바둑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입단 후에는 기대만큼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입단한 지 10년이 다 됐지만 2009년 물가정보배 우승이 유일하다. 결승에 올라간 것 자체가 불과 세 번 밖에 안 된다.
김지석은 지난달 초상부동산배서 주장을 맡아 2승을 거둬 한국팀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고 최근 10연승을 기록하는 등 올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세돌과 김지석 모두 국내 최고의 싸움꾼이어서 모처럼 멋진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는 16일부터 시작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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