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추진 초기부터 논란을 빚었던 포항외국인학교. 지난해 말 실시설계까지 마쳤지만 운영을 맡은 포스코교육재단이 주저하면서 설립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포항시의 5배나 되는 대구의 국제학교도 개교 3년이 다 되도록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우고 내국인학교로 운영되는 점을 들어 애초부터 무리한 발상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항시는 외국인투자유치와 해외우수인력확보 등을 명분으로 포항 남구 지곡동 효자아트홀 인근 포스코교육재단 소유 부지에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총정원 260명의 외국인학교를 짓기로 하고 2010년 6월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설립계획을 승인받았다. 정원의 30%까지 3년 이상 외국 거주 내국인으로 채우기로 하고 포스코교육재단의 현물출자(89억원)와 국비 53억원 등 모두 269억원을 들여 내년 8월까지 문을 열기로 하고 지난해 말 실시설계까지 마쳤다.
하지만 포스코교육재단은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며 2015년 이후로 연기를 요청하고 나서 포항시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재단 측은 당초 개교 직후 신입생이 100명 이상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재조사 결과 50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대로 개교를 강행하면 앞으로 5년간 100억원 이상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포스코교육재단 관계자는 "포항에서 외국인학교 수요는 막스플랑크연구소밖에 없다"며 "내국인학교로 운영될 것을 뻔히 알면서 무작정 밀어 부칠 수 없다"고 말했다. 적자를 포항시가 보전하더라도 '귀족학교' 등 시선이 곱지 않아 부담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포항시는 개교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8월까지 개교를 못하면 이미 확보한 80여억원의 국ㆍ도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것. 또 개교 후 5년간 학생부족과 예산지원은 포항시가 책임질 것이기 때문에 학교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포항시가 대구 등 수도권과 제주를 제외한 지방의 외국인학교가 학생 부족으로 심각한 운영난을 겪는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2010년 개교한 대구국제학교는 대구와 인근에는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등 수많은 대학의 외국인교수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이 있지만, 아직도 정원(580명)의 절반도 못 채우고 있다. 4월 현재 재학생은 정원의 46%인 268명. 그나마 내국인이 무려 170명이나 된다. 또 외국인도 한국계인 '검은머리' 외국인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낼만한 외국인이 부족한데다 연간 3,000만~4,000만원에 이르는 학비를 감당할 외국인이 드물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기유학수요 흡수 등은 최근 불거진 외국인학교 불법입학 파문 등으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규식 포항시 전략사업추진본부장은 "포항시에는 매년 180여명의 해외유학생과 90여명의 귀국유학생이 타 지역 외국인학교로 진학한다"며 "외국자본 투자 여건조성과 국제규모의 세계연구소 유치등을 위해서는 외국인 학교가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기자 jhlee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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