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통일, 11일 “북한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성명
北 “단추만 누르면 불바다” 위협 계속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1일 오후 ‘장관 성명’이란 이례적 형식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앞서 8일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를 통보하자 “대화를 제의해도 북한이 얼마나 진실된 태도로 임할지 의문”이라며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만에 “북측이 제기하기를 원하는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전향적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정부가 북한을 향해 먼저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브레이크 없이 남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먼저 태도를 바꿔 국면을 전환하는 것이 순리이지만 ‘김정은 체제’ 공고화에 매몰돼 선제적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여 ‘치킨게임’(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측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게임)으로 치닫는 대치 구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국회 외통위ㆍ국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북한 도발에 대해선 철저히 응징하겠다. 도발과 제재와 보상이라는 20년간의 악순환을 끊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그러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류 장관의 성명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류 장관의 성명은 사실상 북측에 대화를 제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대화 제의로 확대 해석되는 것은 경계했다. 류 장관은 “정부의 공식 대화 제의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원론은 있지만 각론은 없는 대화 제의였다.
이날 제의를 앞두고 남북 당국이 물밑 대화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기에는 물밑 교감이 아직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 “박근혜정권까지 우리와의 대결을 추구한다면 개성공업지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위협했다. 류 장관의 성명이 나온 직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서기국 보도를 통해 “우리 타격 수단들은 발사 대기 상태에 있다”면서“이제 단추만 누르면 원수들의 아성이 온통 불바다가 될 판”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조평통은 이어 “전쟁은 이제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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