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은 11일 최근 발표된 대선평가보고서를 둘러싼 당내 갈등과 관련, "대선 패배의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날 김성곤ㆍ이낙연ㆍ신학용ㆍ김영주 의원 등 당내 중도성향 의원 10여명과의 오찬에서 "결과적으로는 패했지만 모두가 잘 해보려고 다들 열심히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는 이어 "대선후보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다른 사람들이야 열심히 했는데 무슨 책임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문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대선평가보고서에서 제기된 이해찬ㆍ한명숙 전 대표와 안철수 전 후보 등의 책임론, 이목희 의원 등 대선 캠프 핵심인사들이 주장한 손학규ㆍ김두관 전 경선후보 책임론 등과 달리 자신이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의원은 대선과정에서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안철수 전 후보에게 밀리던 20~30대에 치중해 단일화 여론조사에 신경 쓰느라 당 내부를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에서 안 전 후보의 도움을 받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두세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한 참석 의원이 당 경선에서 패배한 손학규 상임고문 등에게 선대위원장을 맡겼어야 했다는 지적을 하자 문 의원은 "형식적인 것을 탈피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비주류 일각에서 제기된 문 의원의 의원직 사퇴론은 거론되지 않았다. 문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부산 영도 재선거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도 대선평가보고서를 둘러싸고 친노ㆍ주류와 비주류가 충돌하면서 감정싸움 양상까지 보였다. 주류 측 이목희 의원은 "대선평가위 보고서는 당의 공식문건이 아닌데도 마치 당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의 공식문건임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오류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 세력 우위를 기반으로 보고서 내용 자체를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비주류 측 문병호 의원은 "비대위에서 5∙4 전당대회에 이 보고서를 상정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 분위기상 친노 책임론이 명기된 보고서가 논란이 될 경우 정치적으로 불리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담겨 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에 체류중인 손학규 상임고문은 대선평가보고서에 대해 "제대로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 의원이 전했다. 손 고문의 이 같은 발언은 대선 패배에 대한 문 의원과 친노책임론에 대해 공감하는 것으로 해석돼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