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라운지] "우린 세바퀴 인생… 천장 보이면 다쳐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라운지] "우린 세바퀴 인생… 천장 보이면 다쳐요"

입력
2013.04.11 13:14
0 0

1080도 도는 기술 승부 공통점회전할 때 바닥이 보여야 성공… 천장이 보이면 머리부터 곤두박질

탄력 받으려면 적당한 체중 필수근육이 받쳐주면 몸 더 가벼워져 환상적인 공중 연기 나오죠

선수 제1 덕목은 마인드컨트롤훈련할 때 계속 실패해도 자신감 안잃으면 종종 경기서 반전

점프와 회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설전'이 벌어졌다. '공중 곡예사'다운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들이 마구 쏟아졌다. 체조 도마와 프리스타일 모굴스키는 점프 기술로 승부가 결정된다는 점이 닮았다. 그래서 두 종목의 간판스타인 양학선(22ㆍ한체대)과 최재우(19ㆍCJ제일제당)가 9일 한국체대 체조장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양학선이 공중제비의 노하우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기대주 최재우에게 전수하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점프는 내 운명'이란 공통 분모로 만난 두 사나이의 비슷한 듯 1,080도 다른 인생을 들여다봤다.

돌고 도는 세 바퀴 회전 인생

최재우와 양학선은 '세 바퀴 회전 인생'을 살고 있다. 선배 양학선이 먼저 운을 띄웠다. 그는 "뛰어가다가 밟고 오른 뒤 공중 동작을 하는 체조와 설원을 내려오다 탄력을 활용해 공중 기술을 구사하는 모굴 스키는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최재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양학선은 "동영상으로 재우의 회전 기술을 봤는데 몸을 예쁘게 잘 쓰더라. 스키 장비만 아니면 더 편하게 기술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폴대 때문에 스피드가 죽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학선처럼 최재우의 주특기도 1,080도 회전이다. 양학선은 런던 올림픽에서 자신이 개발해 '양학선'으로 불리는 세 바퀴를 비틀어 돈 뒤 정면으로 내리는 기술로 세계를 정복했다. 최재우도 1,080도의 고난도 기술로 세계 정상을 노크하고 있다. 화려한 동작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스키의 역대 최고 성적인 5위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최재우는 아시아 최초로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시리즈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1초 승부, 천장과 땅의 비밀

점프 동작은 1초 내에 끝난다. 이 때문에 이들은 '1초의 승부사'이기도 하다. 공중 기술의 달인답게 둘은 자연스럽게 트램폴린으로 향했다. 양학선이 먼저 자신의 노하우를 털어놓았다. 그는 "기술을 잘못 썼을 때 천장이 보이게 돼. 땅을 봐야지 제대로 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지듯이 양학선도 천장이 보이는 날이면 머리부터 박게 된다. 양학선은 "5일 식목일에 긴장을 늦추다 머리를 매트에 심었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최재우도 동조했다. 그는 "천장이 아니라 하늘이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최대한 몸을 당겨서 옆으로 떨어지려고 노력해요"라고 웃었다. 양학선은 후배를 위해 서슴없이 백플립(뒤로 공중돌기) 시범을 선보이며 후배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좀 더 세세하게 들어가니 점프 시 유의사항이 다소 달랐다. 모굴스키의 경우 처음 돌 때부터 땅을 보게 되면 규정 탓에 감점 당할 수도 있었다. 감점 요인을 듣자 양학선은 "그렇구나. 하긴 형도 도마할 때는 마지막에 가서야 땅이 보인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국제 대회 체력·음식 조절 노하우

둘은 국내보다 국제무대에서 주로 활동한다. 그렇다 보니 체력과 체중ㆍ음식 조절이 필수다. '가벼운 새가 멀리 난다'는 말에 둘 다 동의하지 않았다. 점프를 잘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살집이 있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재우는 "지방이 좀 있어야 스피드가 실리고 탄력을 더 받을 수 있어요. 저는 72~74㎏으로 항상 체중을 유지해요"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양학선도 "체조도 도약할 때 힘을 싣기 위해서 체중이 적절히 나가야 해. 가벼우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어. 근육이 받쳐주면 오히려 몸은 더 가벼워지는 법이거든"이라고 동조했다. 현재 51㎏인 양학선은 런던 올림픽 때 52.6㎏으로 무게가 더 나가 환상적인 공중 연기가 가능했다.

체력 관리 비법도 공개했다. 양학선이 "대회 기간 중 틈틈이 체력 단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자 최재우는 귀를 쫑긋 세웠다. 하체 훈련이 중요하다는 양학선은 "스트레칭은 물론이고 스쿼트(기마 자세로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를 30분씩 해줘야 하체 근육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력 훈련은 비 시즌에만 주로 몰아서 한다는 최재우는 "저도 스트레칭은 하는데요. 대회 기간 중 하체 훈련은 별도로 안 했네요. 이제부터 저도 신경 써야겠어요"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해외에 나가면 음식 때문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양학선은 "7일간 대회가 있으면 10일치의 한국 음식을 챙겨 갖고 가. 음식이 안 맞으면 힘을 쓸 수 없다니까. 그런 면에서 라면과 햇반이 짱"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최재우는 "저는 한 번 나가면 한 달간 머물러야 해서 음식을 다 사가진 못해요. 한국 음식을 가져갔다가 정말 당길 때만 먹는 게 방법이죠"라고 빙그레 웃었다.

F학점 피하는 법 전수

운동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마인드'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양학선이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선수가 가장 무섭다"고 하자 최재우는 "마인드를 컨트롤하기가 가장 힘든 것 같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러자 양학선 역시 "형도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어렵단다"라며 후배의 어깨를 다독였다. 두 번째 덕목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양학선은 숨겨뒀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공개하며 '자신감'을 강조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연습 중 구름판을 잘못 밟아 어깨를 다쳐 훈련을 못하고 쉰 적이 있어. 훈련 때는 한번도 '양학선' 기술을 성공하지 못했어"라며 "근데 '실전에서는 되겠지'라는 자신감을 품고 있었고 결국 성공했지." 여태껏 공개하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에 깜짝 놀란 최재우는 "워터 점프를 통해 10번은 성공해야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어요. 연습량이 결국 자신감의 원천인 것 같아요"라고 제법 프로다운 자세를 드러냈다.

올해 한국체대 신입생이 된 최재우에게 선배로서 학점 관리에 대해 신신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양학선은 "런던 올림픽 준비 때문에 수업에 참석 못해서 F학점을 2개나 받았다. 1개는 교수님께 잘 말해서 수정했는데 나머지 F점은 그대로 남게 됐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너도 교직이지"라고 묻는 질문에 최재우가 그렇다고 하자 "수업에 결석하면 어떤 경우라도 용납 안 하는 교수님이 있는데 그 강의는 피해라"라며 '블랙리스트 강의명'을 귀띔했다. 그리고 양학선은 "형은 대학 들어와서 미팅과 소개팅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기숙사 생활도 제약이 있으니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좋다"라며 '캠퍼스 생활 즐기기'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