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를 모든 상업적 거래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범죄자나 정신이상자의 총기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월 발표한 총기규제 종합대책의 핵심 중 하나다.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주도해 총기규제 법안을 도입한 이후 가장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상원은 11일 합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합의안 마련을 주도한 민주당 조 맨신, 공화당 팻 투미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기 신원조회 절차가 기존 판매점은 물론 총기 전시회나 인터넷을 통한 거래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상업적 경로를 통해 총기를 사려는 모든 이들이 연방정부의 전과 및 정신병력 조회를 거쳐 구매 승인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의지와 달리 가족, 이웃 간의 개인적 거래는 신원조회 대상에서 빠졌다. 투미 의원은 “범죄전력 조회는 총기규제나 헌법상 총기소유권 침해가 아닌 상식”이라고 말했다.
합의안에는 신원조회 기록을 보존해 범죄에 사용된 총기 추적을 용이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반면 총기소유 허가증으로 거주지 외 다른 주에서도 별도 절차 없이 총기를 살 수 있게 하고 수렵용 총기 소지자가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주를 지날 때 따르던 제약을 푸는 등 규제 완화 조항도 다수 포함됐다.
오바마는 “더 강화됐으면 하는 조항들이 있지만 초당적 타협이 진전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법안”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또 “총기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며 의회를 압박했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도 이날 시카고 강연에서 1월 오바마 취임식 축하공연 참가 뒤 총에 맞아 숨진 여고생을 추모하며 총기규제를 호소했다. 반면 가장 강력한 총기규제 반대 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는 “신원조회로는 비극적인 총기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6명이 희생된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정부가 총기규제 강화에 나선 이래 의회에서 합의안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NRA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맨신과 투미 의원이 척 슈머(민주), 마크 커크(공화) 등 양당 중진 의원들의 후원을 받아 마련한 안이라 무게가 실린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11일 이 법안을 우선적으로 표결에 부쳤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불사하겠다며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던 공화당 의원 13인도 투표 참여로 선회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NRA의 강력한 로비를 뚫고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까지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어떤 법안이든 하원으로 넘어오면 검토하겠다”면서도 “(상원의원 100명 중) 두 의원이 합의한 법안이 나머지 98명의 뜻까지 대변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총기규제 대책의 또다른 핵심인 공격용 무기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는 하원은커녕 상원의 문턱을 넘기도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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