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소외 지역 및 계층에 우수문학도서를 선정해 무상 보급하는 문학나눔사업 내용을 최근 새로 조정하면서 소설의 선정 종(種) 수는 대폭 늘리면서 시는 크게 줄여 시인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문체부는 우수문학도서 사업을 통해 분기별로 시와 소설 모두 14종씩을 선정해 연간 56종을 구매, 보급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소설이 상ㆍ하반기에 걸쳐 각각 58종씩, 연간 116종으로 늘어난 반면 시는 20종씩, 연간 총 40종으로 줄어들었다. 아동문학도서와 희곡 평론 등 전체 우수도서 선정 종 수는 연간 228종에서 320종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사업 예산이 2억3,000만원밖에 증가하지 않아 종당 구입호수는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까지 아동ㆍ청소년 도서는 종당 2,400부씩 구매해 배포했으나 올해부터는 1,400부로 줄어들었고, 소설과 시 모두 2,000부에서 1,200부로 구입호수가 대폭 감소했다.
이처럼 시의 선정 종 수와 구매 부수 모두 크게 줄어들자 시인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중견시인은 "시장논리에 밀려 안 그래도 잔뜩 위축돼 있는 시가 정부 사업에서마저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며 "당장 출판사의 시집 발간 계획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의 예산을 늘리기 위해 매년 진행돼온 청소년 시낭송 축제마저 올해부터 폐지돼 시인들의 원성이 높다.
하지만 사업을 주관하는 쪽에서는 책을 공급받는 수혜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그간 책을 받는 쪽에서 시는 너무 어려워 잘 읽지도 않고 책을 활용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불만이 많았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새로 사업을 주관하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관계자는 "제1의 사업 취지가 출판이나 창작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시의 선정 종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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