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신임 검찰 총장이 "총장으로서 일선 수사에 대해서 개입하지 않고 권한을 대폭 위임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1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채 총장은 지난 9일 열린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보직변경 신고식에서 "검찰총장의 권한을 일선에 대폭 위임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특히 수사사건의 처리와 관련해 증거 판단 내지 혐의 유무 판단은 전적으로 각 청에서 기관장의 책임 하에 결론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총장의 결단이 사건의 처리 방향에 결정적이었던 기존 검찰 수사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채 총장은 이 같은 방침이 담긴 글을 최근 검찰 내부통신망에도 게시했다.
채 총장은 이어 "최소한 혐의 유무에 대해서는 일선과 대검의 주무부서가 협의해 내린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구속기소부터 무혐의까지 모든 결정이 가능하다는 식의 보고서를 보내 총장에게 의존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채 총장의 발언은 전임이었던 한상대 전 총장이 일선 수사에 지나치게 개입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전 총장은 지난해 횡령 혐의 등으로 최태원 SK 회장을 기소할 때 징역 5년을 구형해야 한다는 일선 수사팀의 의견을 묵살하고 양형 기준보다 낮은 4년을 구형하도록 지시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으며 검찰 안팎의 질타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중수부의 연내 폐지가 결정된 상황에서, 총장이 일선의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검찰과 정권의 유착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석했다. 채 총장은 이미 일선에서 대검을 거쳐 올라오는 보고 건수를 기존의 3분의 1로 줄이는 한편, 보고 내용도 결론 중심으로 2쪽 이내로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 중수부 폐지 후 전국 일선 지검의 특별수사 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가운데, 고등검찰청 산하의 TF 구성이나 특임검사제 확대 등의 안이 사실상 총장 지휘의 또 다른 중수부라는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채 총장은 이날 이 밖에도 "최근 북한의 대남공작과 선전선동이 더욱 노골화되면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어 대공수사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종북 세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하는 한편, "검찰은 검찰답게 거악 척결에 힘을 쏟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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