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와 청문회 증인으로 불출석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법원에 의해 정식 재판에 회부된 정지선(41)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에게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량 400만원보다 높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과거 재벌 봐주기로 비판받았던 사법부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법정구속한 데 이어 재벌 총수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인 판결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는 11일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에게 벌금형 상한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현행 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국정감사 등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 회장의 경우 국회 출석 요구에 3차례 응하지 않아 경합범 가중 원칙에 따라 최고 벌금 1,500만원까지 선고될 수 있다.
재판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엄격히 갖고 국회에 나가 질의에 성실히 답변하고 기업인으로서 소견을 피력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여러 차례 국회 출석 요구에도 이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나간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벌금형의 액수를 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대기업 경영인에 대한 처벌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형의 경감 요소로 삼지 않았고, 반대로 대표적 재벌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넘어서는 처벌을 내려서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법에 따라 양형했음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 11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및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실태 확인'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정 회장을 벌금 4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직접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정 회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18일, 24일에 각각 열리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은 26일 열릴 예정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