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개막해서 인기몰이중이다. 순전히 구경꾼의 입장에서 얘기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다. 야구팀의 순위나 전적, 선수들의 타율과 방어율 등을 전혀 꿰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야구라는 경기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속성에 매료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중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야구는 인간이 개발해낸 스포츠 중에서 가장 지적이고, 가장 섬세하며, 가장 우아하다. 방망이를 들고 있는 타자나 그 타자와 맞서고 있는 투수의 눈을 유심히 들여다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들이 느끼는 불안, 고독, 설움은 그들의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 자신의 것이라는 걸. 우리는 우리에게 날아오는 시속 150km의 패스트볼을 될 수 있는 대로 정확히 맞춰 멀리 날려 보내야 한다. 삼세 번 헛스윙을 하게 되면 곧바로 아웃이다. 초조하게 다음 순번을 기다리며 만회할 수 있길 희망하지만 감독이 교체사인을 내면 그마저도 난망이다. 이 모든 걸 종합해볼 때 야구는 휴머니즘이 고안해낸 스포츠인 것 같다. 그 증거들은 곳곳에 있다. 야수들의 그라운드보다 봉긋하게 튀어 오른 투수마운드는 얼마나 인간적인가. 도루와 파울플라이는 얼마나 희극적인가. 홈런은 얼마나 장엄한가. 희생플라이는 얼마나 거룩한가. 병살타는 또 얼마나 가혹한가. 이달엔 꼭 야구장에 가서 휴머니즘을 확인하리라.
김도언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