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먹은 남자 녀석이 앉아서 소변보기를 권하는 할머니에게 싫다고 사내티를 낸다. 그 나이가 되면 남녀의 성 차이를 벌써 아는 걸까?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은 다 이유가 있어서 생겨난 말이다.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2차 성징(性徵)이 나타나는 시기는 남성이 14∼15세에서 17∼18세 정도, 여성은 이보다 1∼2년 빠르다고 한다. 하지만 2차 성징은 갈수록 더 빨리 나타나고 있다.
요즘은 성의 전도(顚倒)현상도 두드러진다. 앉아서 소변보는 남자들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서 서서 소변보는 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다가 이제는 완전히 뒤바뀌고 뒤집힌 셈이다. 나이 들면서 점점 남자들은 여성화하고 여자들은 남성화하는 세월의 작용이 소변보는 데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서서 소변을 보는 여자들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남자랑 맞먹거나 깔아뭉개고 억누르고 싶어서? 일단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아프리카 가나에 갔던 사람은 머리에 뭘 이고 손에 물건을 든 여인들이 길 거리에서 선 채로 소변보는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그곳 여자들이 '서서 쏴'를 하게 된 이유는 공중변소가 없는 탓도 있지만 해충이 많아 앉아서 소변보기가 참 거시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남자든 여자든 남들 보는 데서 소변보는 걸 별로 수치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여자들이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은 환경의 산물이며 우리와의 문화 차이일 뿐 알고 보면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여성이 서서 소변을 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서서 소변을 보려면 깔때기 같은 도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인 게 네덜란드의 문 집(Moon Zijp, 암스테르담 예술아카데미 출신)이라는 여성이 개발한 p-mate(소변 친구라는 뜻)다. 1998년 인도네시아 여행 중 소변 때문에 불편과 고통을 겪은 그녀가 작심하고 개발해낸 장치라고 한다.
깔때기 덕분에 '서서 오줌 누는 여자'(서오녀?)로 명성을 얻은 그녀는 다음해 네덜란드 국영방송의 토크 쇼에 이걸 들고 나와 시범을 보였다. 박수와 폭소 속에 100만 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그 뒤 본격 상업생산을 시작했는데, www.p-mate.com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설 수 있는데 왜 앉나요?" "왜 집에 갈 때까지 참지요?" 이런 문구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여성의 자유'를 내세워 각국을 돌며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행사에서는 방습 특수 코팅 처리된 100% 친환경제품이므로 오줌이 샐 리가 없다고 p-mate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물 절약 차원에서 소변을 서서 보는 여자들도 있다. 중국 산시(山西)성의 산시사범대학에는 여성 전용 소변기가 설치돼 있다. 소변기 위의 선반에는 리커냐오(立可尿)라는 깔때기 같은 물건이 들어 있는데, 이게 문자 그대로 서서 오줌을 눌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이 대학이 입식 여성 소변기를 설치한 것은 여학생 1,600여 명이 서서 소변을 보면 좌변기에 앉아 소변을 볼 때보다 하루 160톤의 물이 절약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중국의 경우가 물 절약을 위한 서서 쏴라면 일본의 경우에는 물 저축을 위한 서서 쏴가 있었다. 후쿠시마(福島)현 교육 관계자들은 1909년에 여학생들이 서서 오줌 누는 것을 금지하자는 논의를 시작했다. 똥오줌은 논농사에 중요한 거름이 된다. 그걸 그냥 버리면 아까우므로 여자도 오줌독에 가서 '서서 쏴'를 했다는 것이다. 기모노나 작업복인 몸뻬를 입었을 때 웅크리고 앉는 것보다 서서 소변을 보는 게 더 편한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여자들이 서서 소변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1)깔때기를 잘 갖다 끼우고 2)긴장을 풀고 3)조준 조종을 잘하는 것이다. p-mate와 같은 상품의 광고에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바로 'Take control'이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라고 한다. 여자는? 여자에게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여자가 눈물은 흘려도 괜찮지만 그것만은 흘리지 말아주세요." 어쨌든 남자든 여자든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서기를!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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