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격인 비아그라가 국내시장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국산 복제약의 대공세에 밀려 예전 같지 않은 것인데요. 한국화이자제약이 판매하는 '비아그라 정(구연산 실데나필 성분)'이 1999년 국내 출시 이후 처음으로 시장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국릴리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정(타다라필 성분)'이 지난해 269억원(약국공급가격 기준)의 매출을 올려 이 분야 1위를 차지한 반면 비아그라 정은 2위(256억원)로 내려앉은 것인데요. 이번 순위변동의 가장 큰 원인은 시알리스에 추월 당한 것이라기 보다는 비아그라 특허만료에 맞춰 대거 출시된 국산 복제약 등 국산제품의 약진으로 시장을 잠식당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실제 한미약품의 복제약 '팔팔 정(구연산 실데나필 성분)', 동아제약의 신약 '자이데나 정(유데나필 성분)', SK케미칼의 '엠빅스(미로데나필 성분)' 가 각각 3~5위를 차지, 매출 기준 상위 톱 5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한미약품의 팔팔 정은 출시 7개월 만에 223억원 어치를 판매해 단숨에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국산 발기부전치료제의 인기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필름이나 츄정(씹는 껌)처럼 복용형태가 다양하고, 1일 1회 요법이 가능한 저용량 제품도 나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데요. 이 덕분에 지난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1,180억원으로 전년(1,075억원)에 비해 100억원 가량 늘어났습니다.
국산제품의 선전은 전체 발기부전 치료제의 평균 판매가도 기존에 비해 20~40%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불황에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비아그라의 판매가도 기존의 3분의 1수준으로 하락할 만큼 발기부전치료제 시장가격이 재편되고 있다고 합니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대목은 비아그라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시알리스인데요. 이 제품도 국내 제약사들의 맹공 탓에 숨은 피해자가 됐다는 점입니다. 순위는 올랐지만 전년에 비해 68억원 가량 매출이 줄어 '상처뿐인 영광'을 얻은 것이지요.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힘은 빠졌지만, 저렴하고 다양한 국산제품의 출시로 발기부전 때문에 고민하는 중ㆍ장년 남성들은 힘을 얻고 있는 셈입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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