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공식 대미 외교창구인 뉴욕채널의 책임자가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에서 최일 참사로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한 차석대사가 이르면 여름께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며, 후임에 비정부기구(NGO)를 맡고 있는 최 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채널 교체는 지난해 중순 결정됐으며, 최 참사는 이때부터 유엔대표부에 파견돼 업무파악을 해왔다고 이들은 전했다. 한 차석대사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체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한 차석대사가 두 차례에 걸쳐 약 8년 동안 차석대사를 지낸 점이 우선 고려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서 대사는 유엔을, 차석대사는 대미관계를 각각 주관한다. 미국과 북한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20년 넘게 미국 문제를 다뤄온 한 차석대사는 클리퍼드 하트 미국 6자회담 특사와는 2011년부터 뉴욕채널 당사자로서 호흡을 잘 맞춰왔다. 두 사람은 지난 달에도 뉴욕에서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뉴욕채널로 알려진 최 참사는 북한이 2006년 비공식 대미 대화창구로 만든 조미민간교류협회 부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자세한 경력이나 성향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의 주요인물에도 '최일'이란 이름은 올라 있지 않다. 그 동안 뉴욕채널은 한 차석대사와 하트 특사를 중심으로 가동된 북미 간 외교경로를 의미했다. 그러나 뉴욕채널이 예정대로 바뀌면 북측의 책임자 직급은 차석대사에서 참사로 하향 조정된다. 뉴욕채널의 역할과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북미관계에 새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직급 하향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보내는 불신의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뉴욕채널이 제 역할을 못하는 데다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으로 '외교 우체통'으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북한 내부에서 외무성의 영향력이 줄고, 한 차석대사의 입지도 메시지 전달자에 그쳐 미국 역시 뉴욕채널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뉴욕채널은 가동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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