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하면서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외에 스커드와 노동 단거리 미사일 등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함께 발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시다발 위협을 통해 긴장을 극대화하는 북한 특유의 '다종화 전략'이다.
무수단 미사일은 아직 한번도 발사된 적이 없지만 사거리 3,000~4,000㎞로 추정돼 미국령인 괌을 타격할 수 있다.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의 사거리는 각각 300~500㎞, 1,300㎞로 한국과 일본을 겨냥할 수 있다. 이 미사일들이 발사되면 한번에 한미일 3국을 동시에 위협하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북한은 지난달 5일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한 이후 한달 여간 언론 매체를 통한 도발 위협만 해왔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실제 대규모 무력 도발에 나설 수도 있음을 상징적으로 과시하는 것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공언해 온 무력 시위의 일환"이라며 "당분간 안보 위기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리는 시점에 동시다발 미사일 발사를 통해 위기상황을 타개한 전력이 있다. 북한은 2005년 9월 미국의 금융 제재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넣어뒀던 통치자금 2,500만 달러가 묶이자 이에 대한 반발로 6자회담을 거부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06년 7월 5일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 1발을 포함해 스커드 미사일 4발, 노동 미사일 2발 등 총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1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킨 뒤 서서히 유화적인 제스처에 나서며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 뒤 이듬해 3월 BDA 제재를 풀게 했다.
북한은 2009년에도 같은 전술을 구사했다. 5월 2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6월 대북제재 1874호를 채택하며 제재 수위를 높이자 7월4일 스커드 미사일 5발, 노동 미사일 2발을 잇따라 발사하는 것으로 응수한 바 있다.
현재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 채택으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한미 양국이 군사력을 총동원해 강력한 억지력을 강조하면서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미사일 발사는 이에 반발하면서 국면 전환을 모색하기 위한 카드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대화 가능성 등을 열어두며 국면 전환을 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이 대북 압박 정책을 완화하면 더 이상의 추가 도발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한미 양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시에는 우라늄농축시설 공개 등 다른 수단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외적인 무력 시위이면서도 내부 결속을 다지는 '축포'의 성격도 있다. 4월11일과 13일은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된 지 1년이 되는 날이고 15일은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 생일이다.
축제 기간이지만 경제사정이 열악해지면서 마땅히 내놓을 것이 없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줄 이벤트로 미사일 발사 등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금주에 국제 마라톤대회와 대규모 문화 축제를 열 예정이다. 거듭된 도발 위협과 달리 내부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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