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기애타’(愛己愛他),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한다는 공동체 정신이 흥사단의 철학입니다. 분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시민운동이 아닌 갈등을 봉합하는 통합의 시민운동을 벌일 작정입니다.”
한국인이 설립한 최초의 시민단체 흥사단이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반재철(64) 흥사단 이사장은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13년 이후 한 세기 동안 흥사단이 도산 안창호 선생의 꿈이었던 ‘일등 국가, 일등 국민’을 구현했는지 생각해보면 송구할 뿐”이라며 “지난 100년 간 걸어온 길을 교훈 삼아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새로운 시민운동과 교육사업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흥사단은 1913년 5월 도산의 주도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됐다. 창립 당시엔 민족독립의 목표를 가진 단체였고, 해방 후에는 근대화 등 민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 지금은 인권, 투명사회, 통일운동으로 관심사를 모아가면서 시민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반 이사장은 “지난 100년 흥사단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 정신사 100년과 통한다”고 정리했다. 한국사회의 고난과 영광을 모두 껴안으며 시민ㆍ청소년 교육에 힘써왔다는 의미다. 당대 지식인들이 강연자로 나섰던 ‘금요 개척 강좌’와 1970년대 국내 최초로 시작한 ‘대학생ㆍ청소년 국토 순례’, 인격 수련을 위한 산악회 모임 등이 대표적인 활동 사례다. 반 이사장은 “흥사단의 활동은 독립운동사, 시민운동사, 청소년운동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의의를 갖고 있지만 특히 교육 분야에서의 영향력은 대단하다”며 “1963년부터 흥사단이 전개한 청년학생운동을 위한 조직 ‘흥사단 아카데미’는 군부독재 타파와 민주화운동의 자양분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년을 보낸 감격보다 앞으로의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우리사회는 10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여전히 도산이 꿈꾸던 선진국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아직도 남북이 분단 상태이고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분열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외적인 성장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공동체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시민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반 이사장은 특히 청소년 교육을 강조했다. 과거에 비해 축소된 흥사단 아카데미 활동을 부흥시켜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통합형 인재 양성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일제강점기에 흥사단의 비전은 나라를 되찾기 위한 힘의 원천은 사람이며, 사람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한 그는 “이제는 새 시대가 요구하는 공동체 정신을 가진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인성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던 교육 프로그램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하고, 국토순례와 어르신 자서전 써 주기 등을 통해 공교육이 감당하지 못하는 인성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얘기다. 흥사단 본래의 가치인 교육에 집중해 제2의 부흥기를 열겠다는 포부로 들렸다.
흥사단은 1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기념행사도 준비 중이다. 독립기념관에서 100주년 전시회 개최(5월), 도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 행사(6월), 한민족 나라사랑 국토순례(7월) 등을 통해 흥사단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한다.
반 이사장은 “흥사단 100년에서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것은 나와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흥사단이 1세기 동안 변함없이 추구해온 가치인 ‘애기애타’를 새롭게 해석해서 도산이 말했던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에 한 발 더 다가가겠습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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