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과 삼성을 너무 잘 알고 있더라. 더 분발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귀국하면서 기자들에게 한 얘기다.
그냥 평범한 방중 소감 같지만, 재계에선 그의 이 발언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넘어 좀 더 큰 틀의 '메시지 경영'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6일부터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상임이사로 선출돼 글로벌 무대에 사실상 공식 데뷔를 했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국제기구는 아니지만 전 세계 정ㆍ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거물클럽'에서 첫 직함을 맡았다는 것은 그가 글로벌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새 국가지도자인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두 차례 만났다. 이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과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이 부회장의 레벨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포럼 방문소감에 대해 "시진핑 주석부터 아래 관리까지 한국과 삼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더라. 중국 연구소가 있는데 삼성을 연구하는 전담팀(TF)까지 있었다. 더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도 이건희 회장 특유의 메시지 경영을 승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위기론' '샌드위치론' '10년 후 먹거리론'등 고비 때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져왔는데, 장기해외 체류를 마치고 지난 6일 입국하면서도 "(신경영) 20년이 됐다고 안심하지 말고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더 열심히 뛰고 연구해야 한다"면서 특유의 위기론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이날 중국 발언도 이 회장의 위기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삼성 안팎에선 해석하고 있다. 그 동안 국내에선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이 부회장은 이번 방중 및 중국고위층 면담을 통해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추월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애플이 최근 중국에서 애프터서비스(AS) 정책과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을 눈 여겨 봤다는 후문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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