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도발 위협을 쏟아내는 북한이 9일에는 남한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전쟁 발발에 대비해 사전에 대피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층 수위를 높였다.
이 같은 도발 위협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들은 일단 한반도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려는 북한의 고강도 심리전의 하나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높여 전쟁에 대한 남한 사회의 갈등 유발을 꾀하면서 미국 등 주변국에 대한 대화 테이블에 나서라는 주문 강도를 더욱 높이는 전형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은 8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철수에 이어 9일에는 한국 내 외국인 대피 등 한반도를 긴장으로 몰고가 불안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하루하루 내놓는 북한의 도발 메시지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남한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매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는 내용을 한 건씩 터트리고 있는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조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안보 위기를 차츰 고조시켜 대북 제재·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살라미 전술'(하나의 카드를 여러 개로 쪼개는 수법)을 북한이 또 다시 꺼내 들었다는 이야기다.
북한의 이번 위협 발언에는 다분히 미국과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도 들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지금과 같은 행동은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구애 행위나 다름없다"며 "군사적 위협을 통해 긴장 수위를 높여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서두르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협 수위가 연일 높아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실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을 염두에 두고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상황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기 위한 사전 조치란 해석이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무력 시위의 연장선에서 남측을 향한 국지적 도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편 북한의 남한 내 외국인 대비책 마련 촉구에 대해 주한 외국대사관 등은 대부분 별다른 동요 없이 평상시처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북한의 언급 이후 본국에서 어떤 지시사항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일부 주한 외국 대사관에서는 만일의 경우를 상정해 놓고 나름대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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